▲ tvN 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CJ E&M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 E&M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책위, 공식사과·재발방지 대책 촉구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지난해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로 일했던 고(故) 이한빛 PD 모친 김혜영씨가 CJ E&M의 진심어린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tvN ‘혼술남녀’ 신입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CJ E&M 사옥 앞에서 CJ E&M의 책임인정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PD의 모친 김혜영씨는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빛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한빛의 죽음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이기에 두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강했던 한빛 아빠도 매일 술에 의지해 한빛을 부르며 오열하다 결국 쓰러졌고 매사 긍정적이던 동생 한솔이도 부대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김씨는 “CJ E&M은 보도자료를 냈을 뿐 유가족과 대책위에 연락 한번 하지 않은 채 유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사과라는 것은 상처받은 사람에게 직접적이고 진실되게 해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벽에 들어와도 2시간 뒤에 나가는 걸 보면서 사회에 따뜻한 메시지를 던져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PD가 된 아들을 존중했다”며 “열심히 살아온 아들을 어떻게 CJ E&M이 감히 폄하할 수 있나. 아들의 명예회복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는 드라마 종영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26일 자살한 채 발견됐다. 이씨의 유가족은 ‘혼술남녀’ 근무환경과 제작진의 폭언이 자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故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형이 남긴 녹음파일, 카톡 대화 내용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욕과 비난해 가득했다”며 “제작진의 인격모독 역시 형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았다”고 밝혔다. 이어 “형의 생사가 확인되기 직전 회사 선임은 부모님을 찾아와서 이한빛 PD의 근무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무려 한 시간에 걸쳐 주장했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28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대책위는 이 PD의 죽음은 노동 착취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며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대책위는 “CJ E&M은 이한빛 PD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호도하고 사망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 급급했다”며 “이번 사건은 불운한 신입 조연출의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 PD는 ‘혼술남녀’ 촬영이 시작한 지난 8월 27일부터 실종된 날까지 55일 동안 단 2일만 쉰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발신한 통화 건수만 1547건이었으며 촬영이 바빴던 9월 20일에서 29일까지 이 PD의 수면시간은 평균 4.5시간이었다. 또 혼술남녀 제작팀이 첫 방송 전 계약직 다수를 정리해고 했는데 이 업무를 이 PD에게 일임해 그가 괴로워했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이에 대책위는 고인의 사망사건과 관련한 회사 측의 책임 인정 및 공식 사과, 고인의 사망사건과 관련한 책임자에 대한 징계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CJ E&M 측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이한빛님에 대해 큰 슬픔을 표한다”며 “또한 어떠한 말도 닿을 수 없는 유가족의 아픔에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에 대한 경찰의 조사 이후 그동안 유가족과 원인 규명의 절차와 방식에 대해 협의를 해왔지만 오늘과 같은 상황이 생겨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당사 및 임직원들은 경찰과 공적인 관련 기관 등이 조사에 나선다면 적극 임할 것이며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지적된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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