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연재해 3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
지진·화산폭발·이상한파로 피해 6290억 달러

[뉴스천지=김지윤, 김두나 기자] 올해 들어 지구촌에 지진과 화산 등 대형 자연재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유럽 하늘을 뒤덮으면서 유럽 각지 주요 항공기 2만 편 이상이 취소되는 등 사상 최대 항공대란이 발생했다.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이 약 680만 명, 항공산업 피해 규모는 약 12억 달러로 추산됐다.

화산재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 조문을 계획했던 각국 사절들이 잇달아 취소했다. 이는 화산재로 인해 항공편으로 폴란드 입국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장례식 참석을 약속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찰스 영국 왕세자 등 각국 지도자들이 어쩔 수 없이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뜻을 폴란드 정부에 전달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재난역학센터(CRED)에 따르면 대규모 자연재해가 1980년대 이후 현재 2배 이상 늘었다. 또 적십자사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2005년 기준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6290억 달러로 1985년보다 5배 뛰었다.

지난 1월에 발생한 아이티 지진은 규모 7.0의 강진으로 23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지진 세기 7.0은 집의 30% 이상이 파괴되고 산이 무너지며 단층이 생기는 격진이다. 지난 2월 발생한 칠레 지진으로는 약 500명이 숨졌으며 지난 19일 현재까지 80여만 명의 이재민이 생겨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그리고 3월 이후 터키·멕시코·인도네시아에 이어 지난 14일 중국 칭하이(靑海)성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와 관련해 김우한 경상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화산은 폭발 일주일 전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으나 지진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최근 일어나는 지진과 화산 규모로 향후 지각변동을 내다볼 수 없다. 맨틀(지각변동의 주요인)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다가도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5일부터 계속된 폭우와 산사태로 약 250여 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는 기습 한파와 함께 눈이 쏟아졌다. 4월에 도쿄에 눈이 내린 것은 4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폭설과 이상한파 등 올겨울과 초봄에 잦은 기상이변이 일어났다. 또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작물 피해가 증가했으며 채소 값은 급등했다.

이러한 가운데 남극을 연구하는 국내 과학자들이 현재의 이상한파가 소빙하기 때문이란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북반구의 이상한파의 원인은 지구온난화 영향이 아닌 수백 년 주기의 지구 기후사이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는 “남극세종과학기지 앞 맥스웰만의 수심 100m에서 채취한 빙하해양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현재 자연적인 소(小)빙하기와 인위적인 지구온난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유규철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500년마다 돌아오는 소빙하기에 접어드는 시기인데 지구온난화와 맞물려 자연주기적 소빙하기 현상이 억제되고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의 문제는 급진적인 기후패턴”이라고 말했다.

점진적인 기후변화에는 인류가 적응할 수 있으나 자연적인 정화활동과 인위적인 활동의 충돌로 발생한 급작스런 기후변화에는 사실상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소빙하기 시대에는 기온이 1℃ 정도 떨어지고 폭설로 인한 항공대란이나 농작물 피해 등 인류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편 곳곳의 천재지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종태(50, 남, 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오는 중에 2100년에는 인구가 감소해 절반밖에 남지 않다는 뉴스를 봤다”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보면 우리나라도 내진설계 등 지진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어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유은호(22, 남, 가명) 씨는 “기후변화 현상을 두고 여러 나라들이 친환경 정책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개발도상국 등은 경제적 발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구촌 환경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