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대표 “최소한 인간적인 대접 받고 싶다”

▲ 금양98호 가족대표 이원상 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유영선 기자] 천안함 실종 장병들을 구하기 위해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침몰한 금양98호가 사고가 난 지 어느덧 2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최초 2명의 사망자를 발견한 이래 아직까지 실종자 7명의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0일 오후 인천시 중구 연안동주민센터에 마련된 금양98호 실종자 가족대기실에서 가족대표 이원상(44) 위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심경을 들어봤다.

“누구를 비교해서 할 말은 아니지만 같은 천안함 인양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 아닙니까? 금양98호 선원들이나 고 한주호 준위나 똑같습니다. 모두 천안함 인양작업에 착수했던 사람들입니다. 현역장병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직위가 높아서 그런 건지 그분은 무공훈장까지 받고….”

최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장병들에 대한 눈물의 추모 연설 등 천안함 장병들에 대한 고귀한 희생을 애도하는 열기가 뜨겁다.

반면 소외되고 잊혀가는 금양98호 실종선원들에 대한 무관심에 실종자 가족들의 서운한 마음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한쪽에선 전 국민의 영웅이 돼서 동상까지 세운다고 하는 판국에 우리는 이거 뭔가요. 우리는 그와 같은 대접을 바라지도 않아요. 최소한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싶습니다. 망자들을 너무 욕되게 하고 있어요….”

이 위원장은 “천안함과 상반되게 금양98호는 너무 홀대를 받고 있어요. 국민들의 관심 밖에 있어요. 보도 자체가 거의 안 되고 있으니깐요. 이렇게 어려운 시점에 봉착한 상황을 나라님도 모르고, 게다가 도움을 주는 기관이 전혀 없어요”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심지어 금양98호 침몰사건이 어떻게 일어났으며, 왜 대처가 늦어졌는지, 어떻게 일이 진행이 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전부 쉬쉬하니깐. 그리고 금양98호 때문에 발족된 정부단체, 사고수습대책본부 관계자들조차 아예 관심이 없어요”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금양98호 사고수습대책본부 구성원 전원은 인천시 중구청 소속 직원이다.

그는 “동사무소를 제외한 국가기관의 말단기관인 구청직원들로만 이렇게 큰 시국 사건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기가 찰 노릇”이라며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뿐더러 일을 보고 있는 사람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금양98호가 침몰되자마자 아무런 준비 없이 올라온 실종자 가족들은 현재 대한적십자사에서 생필품을 보급 받는 등 영락없는 난민신세다. 현재 선사 측에서 마련해준 숙소와 식당을 이용하면서 매일같이 연안동주민센터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는 이 위원장은 “저는 현재 생업을 포기한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다”며 “회사에는 일주일을 이야기하고 왔는데 벌써 20여 일이나 지났다”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회사를 오래 비워둘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책임자이기에 공석으로 계속 비워둘 수 없다”며 “이미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고 복귀하라고 하더라도 이제 양심상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런 어려움 가운데 임시분향소 설치를 놓고 사고수습대책본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들의 미온적인 태도와 책임회피에 지칠 대로 지친 금양98호 실종자들의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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