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참여한 뒤 대청도 해역에서 침몰한 쌍끌이어선 금양98호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오후 인천시 중구 연안동주민센터에서 마련된 가족대기실에서 사고수습대책본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실종자 분향소 설치 ‘책임회피 논란’

[뉴스천지=유영선 기자] 천안함 수색에 동참했다가 대청도 해역에서 침몰한 ‘금양98호’의 실종자 가족들이 분향소 설치를 놓고 뚜렷한 대책도 없이 책임을 회피하는 관계 기관들로 인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일 오후 인천시 중구 연안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금양98호 침몰사고 실종선원 가족대기실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수습대책본부, 농림수산식품부, 인천시청, 인천해경, 경인해상산업노동조합, 선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사고수습대책본부장인 중구 나봉환 부구청장은 “행정적인 지원은 가능하지만 재정적인 부분은 사실상 어렵다”며 “관련된 각 기관에서 이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며, 이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우리가 농림수산식품부를 통해 중앙부처에 문서를 보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답변이 정부에서 오지 않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중구청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이번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선사 측 관계자도 분향소 설치에 대해 “금전적 여력이 없어 힘들다”는 짧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

실종자 안상철(41) 씨의 동생 안상진 씨는 “중구청에서도 선주도 못한다면 이 회의를 더 진행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서로 말장난밖에 안 된다”며 “목적도 없고 진전도 없다. 형식적으로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놓았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윤대호 사무관은 “합동분향소 건에 대해 상부에 이야기했지만 1차적으로 재정적 지원이 곤란하다는 답변이 나온 상태”라며 “다만 인천시와 중구청, 선사 측에서 협의해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시청도 뚜렷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청 관계자는 “분향소 문제는 오늘 처음 들었다. 내부적으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다만 분향소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검토를 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실종자 허석희(33) 씨의 숙부인 허용진(59) 씨는 “누가 왜 무엇 때문에 거기에 갔나.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분향소 문제를 의논하자는 건데…”라며 “내 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가? 당신들 친인척이라면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우리같이 힘없는 사람이 대통령 쫓아갈까? 우리들도 포기하고 분향소 이야기를 한 것이다”며 “대책본부는 그동안 뭘 했나? 구청, 시청에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나라에서 불러서 간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금양98호 실종자 가족대표 이원상(44) 위원장은 “국가가 너희끼리 알아서 진행해 나가라는 것은 사건 자체를 해결하려는 뜻이 없는 것”이라며 “시신도 못 찾는 상태에서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재정적으로 지원할 방법이 없다, 알아보겠다, 검토해보겠다’고 하는데 어쩌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 위원장은 “처음에는 이유를 몰라 화가 났고, 지금은 이유를 알아서 화가 난다”며 “이제 지쳐서 싸울 힘도 없다. 도와줄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협조 및 추진을 부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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