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이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는 4시 퇴근하는 근무 지침을 내리고, 5월 중 전 부처로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앙부처 가운데 인사혁신처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기상청 등 일부 부처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금요일 조기 퇴근제도(집단 유연근무제도)를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후생복리 증진 차원에서 마련한 이번 조치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가 대통령권한대행 체제이고 조기 대선과 안전관리 등 현안들이 많은 이 시점에서 꼭 시행해야 하는지 국민이 의아해한다.

그 배경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내수 살리기 지시였다. 국민경제가 계속 어려운데다가 특히 내수가 오랫동안 살아나지 않자 정부는 지난 2월 23일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여러 방안들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 방안 중에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가족과 함께 하는 날 시행 ▲전통시장, 대중교통 소득공제 확대 ▲봄 여행주간 확대 및 국내 레저산업 육성 등 시책을 내놓았던 것인데, 인사혁신처에서는 소비심리 회복 대책의 한 갈래인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이란 명칭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집단 유연근무제도를 실시한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내수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지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그 세부적 내용이 마련된 이후에도 내수는 진작되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의 내수활성화 시책은 금요일 하루 정도 퇴근 시간을 앞당김으로써 주말·휴일을 합쳐 2박 3일의 여가를 확보해 직장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민간기업에서는 동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내에서 인사혁신처가 집단 유연근무제도라는 제도를 만들어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직사회에서만 ‘가족과 함께하는 날’ 명목 하에 조기 퇴근이 이루어진 셈이니 그럴 듯 해보이기는 하나 일간에서 들리는 ‘공무원들만 살판났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현 정부는 대통령이 궐위된 상태라 ‘위기관리 정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정상적인 정부시스템 하에서 움직이는 공무원들의 근무 자세보다 더 엄중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함은 당연하다. 대선 시국을 맞아 선거 관리나 안전 진단 등 중앙과 지방에서 처리해야 될 과제들이 산적한 마당에 황 권한대행의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내수활성화’ 지시를 빌미 삼아 5월부터 공무원 조기 퇴근제도를 전면 시행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 같은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이 생뚱맞게 느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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