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애도 분위기 당분간 계속될 듯

“회식 손님이요? 많이 줄었죠···. 천안함 사건 때문에 공무원들이 회식을 자제하니까요.”

서울시 청담동 양고기 집에서 일하는 40대 아주머니는 천안함 침몰 사태 때문에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실감했다. 손님이 줄어 매출은 몇 주 새 20% 가까이 떨어졌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방송 편성표도 바뀌었다. 평소 인터넷 TV로 본 방송을 사수하던 무한도전(무도) 팬인 서하연(14, 신광여중) 양은 지난 3일 무도의 결방 소식을 접하고 “주말엔 볼거리가 없는데 좋아하던 방송이 안 나와 아쉬웠다”며 “천안함 사건은 이해하지만 결방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 양은 다음날 KBS 예능프로 개그콘서트가 결방되자 “이참에 예능을 끊고 이달 말에 있을 중간고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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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천지=백하나, 김예슬 기자] 천안함 사태 이후 범국민적인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방송국은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있고, 지자체도 축제를 간소화하며 애도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 방송 3사, 예능프로그램 ‘열중쉬어’

MBC뿐만 아니라 타 방송사도 예능 프로를 결방하거나 드라마 또는 영화로 대체 편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KBS ‘해피선데이’ ‘개그콘서트’ ‘1박 2일’ 등이 결방됐고, SBS ‘스타킹’ ‘인기가요’ 등 프로가 중단되거나 대체 편성됐다.

방송 3사의 잇따른 결방 조치에 시청자들은 “결방하면서 지난 방송 틀어주는 건 뭐냐” “웃지도 말라는 얘기냐” 또는 “당연한 조치이다. 잘했다” “함께 애도하자” 등의 의견을 방송사 게시판에 남겼다.

방송 관계자들은 “국민 정서를 고려한 조치”라며 당분간 이 같은 편성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 지역 축제 ‘줄이거나 혹은 없애거나’
각 지역 축제 행사는 축소되거나 아예 취소됐다. 경북 구미 ‘선주원 남동 벚꽃축제’를 준비하던 박춘우(새마을 선주원 남동 남녀새마을 지도자협의회) 회장은 “벚꽃 개화 시기가 안 맞았던 부분도 있지만 천안함 침몰 사고로 연예인 행사나 공연 등은 모두 취소하고 음식 바자회나 체험행사만 진행했다”고 말했다.

8일 금오산에 벚꽃 관람을 온 권모(52, 경북 구미시) 씨는 “국가에 좋지 못한 일이 있으면 당연히 축제를 축소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치에 동의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청년들이 내 자식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 회식 자리는 ‘실종’
실종자와 유가족들, 목숨을 건 구조대원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를 이끌며 회식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서울 청담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신현진(남, 28) 씨는 “손님들이 회식자리에서도 천안함 얘기를 종종 한다”며 “하루 종일 TV에서 천안함 사건이 방영되다 보니 손님들이 우울해 하실까 봐 점심시간에 일부러 TV를 꺼둔다”고 전했다. 천안함 침몰 사태 이후 신 씨 매장의 수입은 반이 줄었다.

공무원 연가 휴가 “넣어둬”
지난달 31일 행정안전부는 초계함 침몰 사건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불필요한 이벤트성 행사나 공무원 휴가·연가 사용은 자제해 달라고 각급 행정기관에 요청한 상태다.

행정안전부 이경태 행정사무관은 “이번 지침은 천안함 사고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에게 애도의 표시를 하는 한편 공무원들이 이러한 상황에 좀 더 신속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린 지침으로 시청도 연가 및 휴가 제도를 일시 중단했다. 서울시청 권돈혁 서무주임은 “원래 한 달에 한 번 정도 개인이 필요한 때 연가를 냈다”며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가 비상상황인 만큼 경조사 등 부득이한 경우를 빼고는 연가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천안함 사태는 침몰 원인 규명과 선체 인양작업 등의 중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원인 규명은 미궁에 빠진데다가 선체 인양작업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사회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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