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예방한 자리서 4대강 ‘SOS’

[뉴스천지=전형민 기자]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총리’라는 별명을 떼고 ‘4대강 총리’를 꿈꾸고 있다. 최근 정 총리는 4대강 사업이 한창인 현장을 방문해 사업 진척현황을 확인한 데 이어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지난 3일 경남 창녕의 함안보 공사 현장과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을 방문한 정 총리는 “4대강 사업을 빨리 완성해 부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 시민들도 아무 염려 없이 물을 먹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반대여론이 많아 공사현장을 보고 자신감을 얻으려고 왔다”며 “공사 지역에 계신 여러분이 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말해주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며 야당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를 의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어항이 커야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에서 자랄 수 있다”며 4대강 사업 목표를 ‘큰 어항 만들기’로 비유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김현 부대변인을 통해 “흐르는 물에 시멘트를 붓고 막으면 물은 썩고 부패하고 만다는 것은 초등학교 3학년도 아는 사실”이라며 “흐르는 강물을 막아 큰 어항을 만들겠다니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이라고 비난했다.

6일에는 정 총리가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담당하고 있는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고 4대강 사업을 현안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총리실은 정 총리가 정 추기경을 예방하는 것에 대해 ‘최근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적 불안이 높아지고 있어 국민통합을 위한 종교계 어른의 고견을 듣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과는 달리 불교계를 넘어 천주교 최고의결기구인 주교회의에서 최근 ‘4대강 사업’을 ‘생명파괴 사업’으로 규정하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정 총리는 ‘4대강 사업’을 언급하며 “주교님들은 생명과 환경, 생태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말하는데 정부쪽에서는 기술적인 것만 말했다”며 “앞으로 좀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추기경은 “그 보다 먼저 백령도에서 군함이 뜻밖에 가라앉는 불행스러운 일이 일어나 승조원과 가족, 구조에 애쓰다 희생하신 의인과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화제를 ‘천안함 사고’로 돌렸다.

이어 정 총리가 4대강 사업의 공법과 공사에 쓰이는 재료의 ‘친환경성’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하며 “대통령은 정치적 계산 없이 추진하는데 모시는 사람들이 사려 깊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하자 정 추기경은 “냉정히 생각하고 대화를 하면 이해할 수 있는데 일하는 방법 때문에 말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정 추기경은 “사업을 벌이기 전에 미리 홍보를 제대로 했으면 쉬웠을 텐데 한 번 오해한 뒤 고치려면 힘이 더 드는 법”이라고 말해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설명과 홍보 노력이 부족했음을 꼬집었다.

이날 정 총리의 정 추기경 예방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종교계에 이렇다 할 설명을 해드린 적도 없고 홍보도 부족했다”며 “사과의 말씀도 드리고 이해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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