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가 27일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주주총회장에 들어가려는 노조원과 용역업체 직원 간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임시 주총서 분할 안건 통과
위기극복 위해 ‘비조선’ 분사
개별 사업에 전문 역량 집중

4000~5000명 분할社로 이동
“각 계열사 주주가치 극대화”
노조·지자체 설득은 남은 과제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4월부터 6개 독립회사로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사업 분리는 회사를 조선과 비(非)조선 부문으로 나눠 각 사업의 경영 효율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오전 현대중공업은 울산 한마음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현대중공업(조선·해양),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분사하는 내용의 분할계획서 승인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의결권을 보유한 전체 주주의 66%가 출석해 출석주주 중 97.9%가 기업 분할에 찬성표를 던졌다. 사업분할 안건이 가결된 4개사는 오는 4월 독립법인으로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이 서비스 부문(현대글로벌서비스)과 그린에너지 부문(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분할을 마쳤기 때문에 현대 중공업은 4월부터 6개사로 독립경영을 이어간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조선·해양플랜트·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할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사업분할은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에서 각 사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회사를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만들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사로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 됐다. 7조원이 넘는 차입금 중 3조원 이상을 분할되는 회사에 나눠 배정하면 ‘빚’이 3조 9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말 기준 106%에 달하던 부채비율 역시 95% 수준으로 낮아진다.

또한 이번 분사는 현대중공업이 마련한 자구안을 이행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 이번 사업분할로 2만 3000여명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소속 인력 중 4000~5000명이 분할회사로 이동한다. 이들의 고용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소속은 현대중공업에서 각 분할회사로 변경된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개별 사업 영역에 전문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분할안에 따르면, 분사된 6개사 중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보틱스는 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던 자사주 13.4%와 정유부문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아 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된다.

기존 현대중공업의 지분구조는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형태다.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가 되면 이 같은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이런 점 등을 들어 주주가치가 제고되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분할계획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에 분할되는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비조선 분야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현대건설기계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지난해 2조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현대로보틱스는 2015년 7월 엔진기계사업부에서 분리돼 소규모이지만, 국내 유일의 산업용 로봇을 독자 개발해 생산 중이고 첨단의료용 로봇의 상용화도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 주식은 3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재상장되는 현대중공업 및 신설회사의 주식은 5월 10일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승인 과정은 노조의 반발로 험난했다. 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회사의 분사 반대하는 노조 측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는 등 4차례의 정회를 거친 끝에 분할 계획안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노조는 “이번 회사의 분할 계획이 결국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울산시도 지자체 경제위축과 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분사를 반대해왔다. 여전히 노조와 지자체의 반발이 거센 만큼 향후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현대중공업에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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