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AI(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젖소와 한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소는 물론 소보다 3000배나 전염력이 높은 돼지에게도 전염될까봐 정부와 농가가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혈세 수조원을 들이붓고도 11개월 만에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방역체계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농식품부는 작년 10월부터 올 5월까지가 ‘구제역 특별방역대책기간’이고 작년 말 기준으로 소는 97.5%, 돼지는 75.7%의 백신 항체 형성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번에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충북 보은 농가나 정읍 농가 소의 항체 형성률은 미미했다. 일부에서는 80% 이상 항체가 형성됐다고 보고됐는데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수입 백신에 대한 ‘물백신’ 논란과 함께 국내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방역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제역 소식도 걱정스럽지만 서민들은 구제역이 시작되자마자 소고기 돼지고기 가격이 출렁인다는 소식이 더 우려스럽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당 1만 5653원이었던 한우 1등급 가격은 지난 8일 현재 1만 7242원으로 10.2% 올랐다. 돼지고기 도매가 역시 지난달 31일 ㎏당 4329원이던 것이 8일에는 4757원으로 9.9% 상승했다. 지난 설 연휴 전에도 계란 대란으로 사재기 현상이 있었지만 그땐 AI사태가 한참 지난 뒤였고, 설이라는 특수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구제역이 터지자마자 소고기 돼지고기 가격이 오름세다. 중간 도매상들의 ‘나만 잘먹고 잘살겠다’는 이기심의 발로이자 구제역이 더 확산되길 바라는 심보 아니겠는가.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지난 10일 “축산물 가격 상승을 이유로 한 가공식품의 편승인상 및 담합, 중간 유통상의 사재기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매점매석 행위는 불법이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구제역이 번지면 멀쩡한 가축을 살처분함으로 인해 농가는 물론 방역관리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방역에 동참해도 모자라는 상황에 내 잇속만 챙기는 얌체들에 대해선 반드시 엄정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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