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우호관계 가교 역할 하고파”

▲ 한·일 도보여행에 나선 일본인 테라시타 다케시(57)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서거 100주년을 맞은 안중근 의사가 항상 생각하고 말씀하셨던 세계평화의 정신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뉴스천지=명승일 기자]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실천하고자 일본에서부터 한국까지 2500km를 도보로 순례한 일본인이 있다. 3개월간 한·일 도보여행에 나선 테라시타 다케시(57) 씨. 자국에선 테러리스트로 평가되고 있는 인물이지만 100년 전 안 의사의 정신에 감동을 받은 그의 발걸음에 주저함은 없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 의사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러다 지난 2000년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역사공부를 통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대해 “한국·일본·중국이 힘을 모아 평화로운 나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안 의사의 혜안에 매료됐다”며 “그는 이미 100년 전 세계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선구자적인 길을 제시했다”고 극찬했다. 이 같은 사상을 통해 한·일이 새로운 우호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5일 안 의사의 유묵이 보관된 일본 미야기현의 사찰 ‘다이린지’에서 출발한 그는 일본의 12개 현과 1800km를 58일간 걸어 2월 22일 부산항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경남 진해, 전남 광주와 담양, 충남 천안, 경기도 안성과 용인, 성남 등을 거쳐 22일 서울에 도착했다.

하루 평균 35km, 8시간의 강행군으로 3kg 정도 체중이 감소했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 간디학교 10기 졸업생 박두헌 군과 아이쿱생협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그의 순례길에 힘을 보탰다. 테라시타 씨는 “안 의사에게 전해 받은 신념 덕에 순례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일제에 의해 처형당했지만 역사에 남을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지난 23일 서대문형무소에서 가진 환영식에서 우연히 안 의사의 손녀 안연호 씨와 외손녀 황은실, 황은주 씨를 만났다. 황은주 씨는 “할아버지에 대한 일본의 감정이 안 좋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일본 국민들이 (안 의사의) 동양평화와 애국정신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테라시타 씨에게는 “직접 한국에 와서 도보순례를 한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테라시타 씨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역사를 정확하게 배우고 한·일 우호 관계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앞으로 할 일도 정해졌다. ‘한·일 우호증진’이 일생의 일(목표)이 됐다는 것. 그는 2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수요시위와 25일 안 의사 서거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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