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방역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정부 ‘최후수단’ 백신 검토… 올겨울 투입은 불가능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농가 중 73%가 닭과 오리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농가에 대한 관리소홀이 AI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 확진판정을 받은 농가는 21일 기준 222곳이며 이 중 60곳을 제외한 162농가는 5만마리 미만의 가금류를 기르는 중소규모다. 피해농가 73%가 소규모 농가인 셈이다. 실제로 대규모 농장들은 AI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업체가 평소 닭을 공급받은 농가에 대한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규모 농장의 상황은 달랐다. AI는 농장 규모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사육두수가 50마리도 안 되는 농가들은 지방 자치단체에 별도로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방역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소규모 농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6일 AI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의 한 농장은 27마리의 닭만 기르고 있었고 지난 12일 토종닭 14마리가 폐사한 경기 군포시의 농가도 소규모였다. 지난달 AI가 처음 발생하고 10일 동안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농장 10곳 중 8곳도 소규모 농장이었다. 정부는 농장의 시설운영과 관리능력에 따라 AI 발생이 빈발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소규모 농가까지 관리할 수 없어 지자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I 피해가 확산하면서 전국에 도살 처분한 가금류는 21일 오전 0시 기준 2000만마리를 넘어섰다. 지난달 16일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35일 만의 일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사육되는 닭·오리의 11%가량이 도살 처분되면서 가금류에 백신을 맞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준비에 들어가도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데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올겨울 투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고병원성 AI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항원은행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항원은행은 백신 완제품을 만들기 전 단계로 백신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해서 냉동 보관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항원은행이 구축된다고 해도 실제 백신이 제조, 검정 등의 단계를 거쳐 농장에 풀리기까지는 3개월 이상이 걸린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이번 AI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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