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TV를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를 생생하게 지켜봤을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컸던 사안이기도 했지만 국정농단의 그 얼굴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이 ‘최순실 청문회’였지 정작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뒤늦게 동행명령장을 발부 받은 조카 장시호가 나타나긴 했지만 최씨 일가는 모두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다. 이뿐이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가능케 했던 주역들인 이른바 ‘문고리 3인방’도 하나같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어떻게 봤길래 끝까지 이런 행태를 보이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인물들이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있었으니 지금의 이 사태까지 왔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용서하기 어렵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아예 거소불명이 돼 버렸다. 증인 출석을 통지하는 문서조차 전달하지 못했다. 그의 장모를 비롯한 가족들과 어디로 도피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명색이 법치를 집행했던 검사 출신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도 법치를 강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국민의 명령인 국회 출석마저 거부하기 위해 어디론지 도피해 버렸다. 법치를 뭉개버리는 그의 이런 행태는 분노를 넘어 절망감까지 들게 한다. 어떻게 이런 인물들이 그동안 법치를 거론했는지 충격을 감출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의 리더십은 많은 국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당 출신임에도 김 위원장의 언행은 그침이 없었다. 여권 인사들을 감싸거나 뭔가 뒤를 봐주려는 구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직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그리고 진실과 국회의 자존심을 위해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정말 보기가 좋았다. 터무니없는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한 최순실 등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그의 결단은 앞으로 국정조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시호는 그 동행명령장을 받고 청문회 현장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성태 위원장의 소신이 빛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성태 위원장은 그 이후마저도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 청문회 일정을 잡아서라도 최순실과 그의 가족들을 국회로 불러내야 한다. 우병우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 앞에 당당하게 세워서 그들의 국정농락을 모두 밝혀야 한다. 특히 동행명령장까지 거부한 증인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해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국정조사 제도를 더 강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까지 마련토록 해야 한다. 정말 가뭄 끝에 단비 같다. 국정조사특위 김성태 위원장의 맹활약에 더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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