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자 열린 일명 ‘최순실 청문회’는 참담함 자체였다. 최순실 게이트에 당사자 최순실씨와 문고리 3인방,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은 불참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와 언니 순득씨, 우 전 수석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 역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차은택 고영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기업 총수 9명이 출석해 반쪽짜리 청문회라도 치러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모르쇠로만 일관해 논란을 낳았다. ‘최순실도 모른다’고 답했다가 ‘이름은 알았다’고 번복했다. 그것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동영상을 공개한 다음이었다.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부분과 국정농단에 관해서도 전반적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김 전 비서실장 앞에 거짓말탐지기를 갖다놔야 한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차은택씨는 최순실씨를 대통령과 같은 급으로 느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씨의 심부름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최·차·고씨는 정부 인사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도 주물렀다. 최씨를 권력 서열 1위라고 표현한 청문위원들의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반쪽 청문회에서 이 정도가 드러났는데 온전한 청문회를 했으면 얼마나 더 기막힌 내용을 들었을지 생각해보면 참담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번 청문회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할 이유는 더욱 명백해졌다. 또 대통령 위에 군림한 최순실과 그 측근들을 엄벌해야 하는 이유도 자명해지고 있다. 

매주 촛불을 들고 나오는 국민의 또다른 걱정은 대통령 퇴진 이후다. 대통령 퇴진 이후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명쾌한 답이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나마 높아진 시민의식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청신호다. 그러나 이 틈에 국회의원들은 권력을 쥐어 잡을 고민만 하는 듯싶다. 국민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듯 국회의원들 역시 사리사욕(私利私慾)을 버리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난세를 어찌 극복할지를 밤낮없이 고민해 해결책을 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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