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대변인을 자처했던 한국교회 대표 연합기구 한기총‧한교연이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이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설립 당시부터 정권과 하나 돼 움직였던 한국교회가 대통령이 힘을 잃자 일찌감치 새로운 권력을 찾아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최태민 목사로부터 시작된 한국교회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을 조명하고 한기총 등의 최근 행보를 정리했다.

[정치와교회-역사 속 신종교 탄압]

일제, 천도교 대종교 등 탄압 속내는 민족혼 말살
보천교 등 조선인 믿는 수 많자, 식민지배 위기의식
신교 불교 기독교만 인정, 민족종교 ‘유사종교’ 낙인

개신교, 정권과 결탁해 신종교 탄압하며 기득권 유지
‘이단‧사이비’ 낙인, 종단에 치명타…인권침해 잇따라
눈총 받는 신천지 “범죄전력‧영리사업체도 없는데 억울”

[천지일보=이솜 기자] “일베가 신천지에 팔렸다” “최순실 배후에는 신천지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난데없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등장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의미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뜻하는 ‘신천지’와 같다며 두 단체가 연관 있다는 주장이 지난 대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등에서 다시 제기됐다.

최순실의 아버지인 최태민이 ‘영세교’라는 사이비종교에서 교주로 활동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신천지는 ‘사이비종교’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이처럼 자동으로 소환돼 근거 없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이비(似而非)란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나 근본적으론 다른 것을 뜻한다. 그래서 흔히 ‘사이비종교’ ‘유사종교’를 두고 겉은 종교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권력 혹은 교인들의 재물을 착취하는 반사회적 집단을 지칭한다. 이 같은 면에서 비춰봤을 때 신천지를 사이비종교라고 판단하기는 어폐가 있다. 이미 검찰 수사와 각종 지역 사회 선행 등에서 증명된 부분이다.

그럼에도 기성 교단이 신천지를 공적 1호로 여기고 ‘사이비종교’ 프레임을 씌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역사 속 ‘신종교 죽이기’에 주목하고 있다.

◆기득권 유지 위한 ‘사이비’ 프레임… 시대마다 반복

▲ 1929년에 완공한 보천교 십일전(十一殿). 일제는 황와(黃瓦)를 이었다는 이유로 지붕을 헐게 했다. 1936년에 해체된 십일전은 현 서울 조계사 대웅전이 됐다. (출처: 연합뉴스/정읍시)

과거 기득 세력이 신종교에 ‘이단’ ‘사이비 종교’ 등의 꼬리표를 붙이고 수상한 집단 취급을 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일제 강점기다. 일제는 종교를 식민정치에 활용했는데 ‘포교규칙’을 만들고 신도, 불교, 기독교만을 공인종교로 인정했다. 반면 천도교, 대종교 등 민족정신을 기초로 설립된 신종교는 당시 ‘유사종교’로 구분, 보안법을 적용해 단속하고 통제했다. 일제의 사상과 정신을 주입하고 민족혼을 말살시키기 위함이었다.

한국신종교대사전을 발간한 김홍철 원광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당시 일제는 민족 종교에 민중을 미혹시킨다는 죄명을 덧붙여 이단과 사이비라는 의미를 은연 중에 포함하고 있는 ‘신흥종교’라는 낙인을 찍었다.

‘신흥종교’라 하면 보통 ‘사이비종교’를 떠올리게 된 배경도 여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신종교는 그 바탕이 민중적이고 민족운동을 지원했다. 한때 ‘보천교’의 경우 많게는 조선인의 25%가 믿게 되면서 일제가 식민지배의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 후부터는 기독교가 정권과 밀접히 관계하며 기득권을 차지하게 됐다.

이승만 정권이 기독교 지원정책을 폈고, 자신의 정적인 민족운동가들이 관여하고 있던 대종교 등 신종교를 탄압해 일제의 ‘유사종교’ 분류가 이어지도록 했다.

전두환의 경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통해 정치·사회의 대대적인 숙정과 정화 조치를 단행하게 되는데, ‘정화’ 활동이라는 명목(미명) 하에 종교정화 활동(이단 척결)도 함께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군부에 타협하지 않은 불교계와 함께 기독교계 신종파, 굿당과 기도터 등은 불순 세력으로 규정, 탄압·정리됐다.

이 같은 명맥은 당시의 군부세력을 찬양한 인사들이 대부분 한국기독교총회(한기총)로 초기 설립 주축이 되면서 정치권력에 기생해 오던 한국 종교 기득권 역사를 이었다. 한기총의 이단 규정은 신흥 교단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기에 충분했다. 한 번 이단으로 지목되면 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사이비 단체’라는 딱지가 붙었다. 한기총과 회원교단들은 신흥 교단의 성장을 경계하며 교계 언론을 앞세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단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기성 종단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단’ 낙인찍기 역사는 세계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 교령을 인가하는 그레고리오 9세. 1509~11년 제작. 바티칸 서명의 방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교황 중 그레고리오 9세(1227~1241년)는 비공식적으로 행해지던 종교재판을 공식화 해 확장시켰으며 이로 인해 이단 정죄와 마녀사냥이 성행하게 됐다. 이를 따라 장로교의 시조인 칼빈(칼뱅) 역시 자신이 정한 교리에 동조하지 않으면 이단으로 몰고 처형했다.

2000년 전 예수 역시 이단으로 규정당하고 탄압 받다가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에 죽임을 당했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는 자신을 빛이라 했는데(요9:5), 자신을 탄압하던 기득 세력을 두고 ‘악을 행하는 자마다 빛을 미워하여 빛으로 오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 행위가 드러날까 함이요(요3:19~20)’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단’ 딱지에 각종 루머 나와… “인권침해”

신종교 중 이같이 모든 교단의 통합을 이뤄낸 표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신천지에 대한 한국 기독교계의 경계와 탄압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특히 한기총과 CBS 방송 등 기독교 기득권이 앞장서 성명을 내고 시위, 보도를 통해 특별한 증거 없이 신천지를 ‘반사회적’ ‘반국가적’ 사이비종교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는 모양새다. CBS노컷뉴스와 국민일보 등 일부 기독교 매체들은 아예 신천지를 두고 ‘반사회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채 보도하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CBS 신천지특별취재단장 변상욱 기자는 한 교회에서 일제치하에 활동했던 살인마 집단 백백교를 시작으로 최근 우리 사회를 경악케 한 사이비를 열거한 뒤 신천지를 언급하며 같은 사이비종교로 취급하기도 했다.

신천지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범죄 전력도 없고, 영리목적의 어떤 기업체도 운영하지 않으며 신도들의 재산 헌납을 강요하거나, 신천지 대표가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성교단의 성직자들의 범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대검찰청에 따르면 목사 등 성직자들이 하루 평균 14명의 신도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신천지 피해 가족연대에서 반대 시위를 함께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럼에도 한 번 박힌 ‘사이비종교’ 이미지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신천지와 정치권이 연루됐다는 루머가 온라인을 뒤흔들자 CBS와 국민일보 등은 앞 다퉈 관련 보도를 내놓았으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음모론을 기정사실화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위’에 편승해 ‘신천지 아웃’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는 극우사이트인 ‘일베저장소’와의 연계성까지 나온 형국이다.

신천지 관계자는 “예수님 때와 마찬가지로 기성교단은 자신들의 부패를 숨기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비’ ‘이단’으로 신도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마녀사냥은 신천지 성도들에게 상처를 주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악의적인 글에는 모든 법적 조치를 밟을 예정이다. 신천지는 오직 성경 말씀을 좇아 신앙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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