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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강요 말고, 기독교에 대한 의문 풀어주고 설득해야”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의 ‘한국교회를 그리다’
가나안 성도 “갈 교회 찾아야죠. 무교회주의자는 아니거든요”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가야 하죠, 찾기는 찾아야죠. 무교회주의자는 아니거든요. 마음에 안 맞는 것 때문에 내가 믿고 있는 것을 벗을 수는 없으니까 이런 것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회 조직이 필요 없는 무교회는 아니고 찾지 못하는 지금으로 족하다는 정도인 거죠.”

교회를 거부하고 소위 신앙세계에서 ‘혼족(나홀로+족)’을 택한 ‘가나안(뒤집어서 읽으면 교회에 ‘안나가’) 성도’의 고백이다. 이들은 왜 교회를 거부하고 홀로 신앙을 유지하고 있을까. ‘가나안 성도’는 개신교계에서 중요한 화두가 됐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은 현재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나안 성도의 발생 원인에서 대안까지 속 깊은 고민이 담긴 책이 최근 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말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가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등을 토대로 한국교회의 현상을 분석한 책 ‘한국교회를 그리다’를 출간했다. 조 교수는 자살, 청소년문제, 목회자 이중직, 부교역자의 처우개선, 한국교회 신뢰도, 가나안 성도 등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현안들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나하나 짚었다. 이 중 가장 먼저 화두로 던져진 게 바로 ‘가나안 성도’다.

조 교수는 가나안 성도 발생 원인에 대해 변화되는 교인들의 사고와 그 사고를 받아주지 않는 교회와의 관계를 꼽았다. 교회에서 성장하고 있는 세대들의 변화를 받아주지 못한 결과가 바로 가나안 성도라는 해석이다. 가나안 성도 일각에서는 스스로를 ‘영적 노숙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신앙의 결단 없이 자연스럽게 부모대로부터 신앙을 시작한 세대들이 기존 교회의 구조와 권위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고, 주일 성수와 같은 교회의 규율 등에 답답함을 가졌다. 이들이 교회 안에서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교회를 멀리하고, 교회라는 구조에서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선 게 바로 가나안 신앙이라는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가나안 성도의 중요한 특징은 이성적 신앙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무조건 믿는 신앙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이해하면서 믿겠다는 특징이다. 이 때문에 신앙적으로 우월성마저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나안 성도들이 말하는 신앙에 대한 부담은 ‘신앙에 대한 강요’다. 이들이 신앙에 대해 강요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개신교 교리인 ‘구원의 확신과 고백’ 그리고 ‘감정적 동화’ 등이다. 이렇다 할 신앙 체험이 없는 세대에게 구원의 확신을 요구하는 게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이들에게 가장 큰 걸림 요소는 목회자들의 구태의연한 설교다. 성도들의 의식은 성장하고 성경에 대한 지식은 다양한 곳에서 섭취되고 있는데, 목사들의 설교는 과거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긍정적 사고’ ‘축복의 선언’ ‘구원의 확신에 대한 강요’ 등이 이뤄지는 데 대한 반감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12년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이 진행한 2012 ‘한국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연구’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당시 조사결과 대학생들은 사람들이 개신교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기득권층 옹호와 교회세습, 비리연루 등 이미지 실추 때문이라고 봤다. 무려 61.6%가 꼬집었다. 개신교의 교리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독선적인 포교활동(38.8%), 전도·신도 훈련과 양육 약화 등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32%), 교회가 사회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28.4%) 등도 지적됐다. 교회를 떠난 대학생들에게 왜 교회를 떠났는지에 대해 묻자 결과는 달랐다. ‘신앙생활에 회의가 들었다’는 답변이 34%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교회 밖에 대해 지나치게 배타적이라는 답변이 28%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율법적·강압적’이라는 답변이 15.7%, ‘교회 세습과 헌금 남용 등 비도덕적인 모습 때문’이 15.1%, ‘의심하는 사람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 14.8%를 차지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신앙에 대해 의심이 들어 교회로부터 답을 얻기를 원하는 신앙인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교회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신앙을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2014년 중고생 종교의식에 대한 조사 결과(기독교연합신문)’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교회를 다니다가 관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바빠서’가 36.7%, ‘믿어지지 않아서/믿음이 안 생겨서’가 36.7%로 거의 동등한 수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학업이 최우선인 중고생이 시간을 내 교회를 다니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교회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믿어지지 않아서’라는 결론이다.

조 교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청소년들이 재미만 추구하고 즉흥적일 것만 같지만 종교를 갖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이 믿어지고 이해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같이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교회교육은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서 교회로 나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종교적 물음과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종교를 변경할 의도가 있는 청소년 중 46.8%가 기독교를 지목했다는 점은 이 같은 결과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 교수는 “의문을 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왜 기독교이고, 왜 그리스도인가를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강요가 아니라 설득이다. 이야기하는 것이고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그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설교자들에 의해 나오는 현실에 대한 선포는 일방적이며 동시에 폭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분법적 판단과 선포 형식의 해답들이 현대 성도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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