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온라인커뮤니티 '뽐뿌'에 리콜 받은 새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제보가 게재됐다. 사진은 해당 기기. (출처: 뽐뿌)

‘갤노트7’ 사태로 ‘리콜시스템 리콜’ 여론
韓소비자보호시스템 구멍 여실히 드러나

국토부·기표원, ‘배짱·안일’로 논란 키워
미래부, 연내 이통가이드라인 발표 ‘뒷북’

삼성, 韓서 美와 다른 공지로 차별 논란
17일 갤노트7 리콜 제품 또 터져 ‘심란’

[천지일보=이솜 기자] “직접 당하고 나니까 (갤럭시)노트7 빨리 교체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주머니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17일 오후 8시 40분경 온라인커뮤니티 ‘뽐뿌’에 다시 ‘갤럭시노트7(갤노트7)’ 리콜 제품 폭발 사진이 올라왔다. 단종 이후 폭발이지만 이번 폭발로 인해 설마 했던 국내 소비자들도 적극 교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폭발 논란으로 출시 54일 만에 단종 순을 밟은 비운의 스마트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갤노트7)’.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스마트폰의 문제가 아닌 국내 소비자보호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삼성전자의 대응 논란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갤노트7의 악몽’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3개국 공항서 갤노트7 금지할 때도 한국만 ‘배짱’

▲ 지난 12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발열 현상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의 권고사항 안내문이 있다. 국토부는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9일(현지시간) 갤럭시노트7 사용·충전을 중단하라고 권고하는 등 각국에서 사용중지 권고가 이어지고, 이어 삼성전자조차 국내 소비자에게 사용중지를 권고한 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또한 국토부는 삼성전자 관계자를 만난 후 노트7의 기내반입이나 충전을 금지하는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가 말을 번복해 일각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밀접한 문제인데도 국토부가 삼성전자의 말만 듣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8월 24일 온라인커뮤니티인 ‘뽐뿌’에 첫 폭발 추정 사례가 올라왔다. 7건의 국내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삼성전자는 ‘자발적 리콜’을 발표했다. 

국가기술표준원(기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9월 5일까지 해외에서 18건, 국내서 17건의 폭발 사례가 발견됐다. 그럼에도 9월 8일 국토교통부는 갤노트7 기내 반입 금지나 충전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호주 항공사 3곳, 싱가포르 항공 등 총 3개 나라에서는 기내에서 갤노트7 사용을 금지했다. 

다음 날(9일)에는 미국 정부기구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갤노트7의 전원을 끄고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럽, 일본, 캐나다,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 10여개 국가의 교통·항공 기관에서도 갤노트7 사용 중지를 권고했다. 심지어 유럽, 일본, 인도 등에서는 갤노트7 출시조차 안 됐지만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 

이 다음 날(10일) 삼성전자는 갤노트7 사용중지를 권고했으며 국토부는 항공기 내에서 갤노트7의 사용 금지 등을 권고하는 등 입장을 번복해 지적을 당했다. 

국토부뿐 아니라 기표원도 안일한 대응으로 비난을 받았다. 더불어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9월 26일, 10월 13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표원은 폭발 논란 1주일 후에야 조사에 들어갔으며 삼성전자가 낸 리콜 계획서 승인 과정에서 발화 현상 원인이 배터리인지 시험조차 하지 않았다. 또 삼성전자에 사고 보고서 등을 요청한 후 이를 분석하는 데 조사가 그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리콜한 갤노트7도 폭발… 2시간만에 ‘외부 충격’ 주장

삼성전자가 갤노트7을 리콜하는 과정에서 대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스스로 폭발 문제의 원인을 짚었지만 결과적으론 틀렸고, 객관적이어야 할 조사 기관까지 자체적으로 지정하자 소비자들이 ‘신뢰성’에 의문을 가진 것이다. 

국내서 새 갤노트7 폭발과 관련, 한국 SGS기흥시험소는 “외부 충격 때문”이라는 결과를 두 시간 만에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 SGS의 모태가 삼성전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조작 의혹이 일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한국산업기술원에 재검사를 의뢰했고 같은 결과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독립적인 기관에 맡겼더라면 조사 결과 조작 의혹이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컨슈머리포트 등도 삼성전자의 ‘셀프 리콜’을 비판하며 독립된 외부기관의 조사가 보장되는 공식 리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6일 미국에서도 리콜한 새 갤노트7이 공항에서 발화하자 FAA와 CPSC가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하루도 안 돼 나온 결과가 일주일이 넘게 나오지 않았다. 이후 삼성전자는 갤노트7 생산을 중단하고 다시 발화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 한미 공지 달라… 韓 소비자 차별 ‘도마’

▲ 삼성전자가 11일 오전 공지한 사용 중단 및 교환·환불 안내문. 미국 현지법인 공지에서는 교환 전 제품은 물론 교환받은 새 제품도 전원을 끄고 환불 등의 조처를 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위) 한국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없었다. 이후 문제가 제기되자 오후에 기기를 사용 중단하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사용 중단' 내용이 빠진 한글 공지는 현재 삭제됐다.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국내 소비자에 대한 태도도 논란을 일으켰다. 

삼성전자는 한국시간 기준 11일 오전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서 “갤노트7의 전원을 끄라”고 권고 공지를 내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뺀 채 “타 제품으로의 교환과 환불 등 판매 중단에 따르는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이른 시간 내에 세부 내용을 결정해 알려드리겠다”고만 발표했다. 

‘한글공지’에는 ‘영문공지’와 다르게 소비자보호의 내용이 없던 것이다.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삼성전자는 “이통사와의 조율” 등의 이유로 논란을 해명하고 이날 저녁에서야 국내에서도 사용중지 권고를 내렸다. 

◆뿌리 깊은 소비자보호 시스템 문제

가전제품과 자동차는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나 휴대폰은 없었다. 국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자보호 시스템이 없어 이번 리콜에서 소비자와 이통사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연내 이동통신 리콜 가이드라인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발 빠른 대처라고 볼 수 있으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동통신 리콜 가이드라인에는 많은 기대를 걸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비교해볼 때 정부 기관의 권한이 현저히 떨어져 이번과 같은 ‘뒷북 대응’은 필연적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업체가 제품의 위해성을 CPSC에 알리면 CPSC가 자체적으로 조사에 들어가고 기업과 협의 후 공식적으로 리콜한다. 이번 사태처럼 사안이 시급한 경우 사용 중지 권고를 먼저 발표하고 조사 진행 후 공식 리콜의 순을 밟을 수도 있다. CPSC에서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사안에 따른 조처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제품의 위해성이나 원인 등이 공식적으로 밝혀져야 정부의 리콜 조치가 가능하다. 위해성과 원인이 확실하게 나오지 않으면 업체의 ‘셀프 리콜’만 가능하다. 또 안전관리 부문별로 주관 기관이 다르고 복잡해 빠른 대응이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지난 8일부터 새 갤노트7 판매도 중단했지만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생산 중단을 발표하던 10일까지 갤노트7이 시판되고 있었던 것이다. ‘갤럭시노트7의 악몽’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