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실패한 북한 경제난 돌파구로
중·러, 인프라 구축 발 벗고 나서

[뉴스천지=김지윤, 김두나 기자] 북한이 두만강 하구에 인접한 나진항을 중국에 10년간 추가 개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며, 러시아에도 신규로 50년 사용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 참석 중인 길림(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당위원회 이용희(李龍熙) 부서기의 발언이 지난 8일 중국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 공식화되고 있다.

이용희(李龍熙) 부서기는 “북한은 지난 2008년 중국에 제공했던 나진항 1호 부두 10년 사용권을 10년간 추가 사용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현재 중국과 협의 중이며 러시아는 나진항 3호 부두를 5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나진항은 1~3호까지 총 3개 부두로 구성됐다. 1·2호는 잡화(내항선) 부두, 3호는 컨테이너(외항선) 부두로 이용된다. 중국은 이번 협의가 성공하면 2028년까지 나진항 1호 부두 독점 사용권을 확보하게 된다.

◆중·러, 왜 나진항인가?

나진항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각축전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었다. 1973년 구소련의 지원으로부터 기중기와 항만시설을 지원받아 개항된 나진항은 국제무역항으로 1984년에는 연간 400만 톤의 화물처리 능력을 갖추게 됐다.

구소련은 나진항을 통해 당시 미국과 전쟁 중이었던 베트남에 전략물자를 수송하기도 했으며, 1977년 나진항 2·3호 부두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권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이 1990년 9월 나선(나진-선봉)경제특구를 창설하면서 구소련이 갖고 있던 독점적 사용권은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2005년 9월 훈춘 권하(圈河)에서 북한 원정리를 거쳐 나진항까지 연결되는 도로 67㎞를 건설해 주는 조건으로 나진항 3호 부두와 앞으로 건설될 4호 부두에 대한 사용권을 50년간 갖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자금유치 실패 등 실제로 현실화되지 못해 결국 나진항 3호 부두의 운영권은 러시아로 돌아가게 됐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나진항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은 동북지역 개발을, 러시아는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물류기지로서 지정학적 이점을 갖고 있는 부동항(난류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얼어붙지 않는 항구)이 꼭 필요하다는 데 따른 것이라고 여러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국은 두만강 하구와 인접한 나진항을 자국의 낙후된 동북3성(흑룡강성·요녕성·길림성)이 태평양으로 뻗어 갈 수 있는 경제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정봉민 연구단장은 “중국이 나진항을 이용하면 자국의 대련항(大連港)보다 육로 운송 거리를 단축할 수 있고 일본, 미국, 태평양 등지로 수출하는 해상 운송 기간도 줄어들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동북3성을 다시 활성화하는 동시에 중국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나진항이 북한과 중국 간 국제물류기지로 개발되면 사할린과 시베리아산 원유 및 천연가스를 나진항으로 보내 주변국으로 판매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 연구단장은 두만강 부근에 위치한 러시아의 자루비노항이 부동항인 나진항과 지정학적으로 유사하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루비노항과 나진항을 모두 갖고 있으면 그만큼 경제적으로도 이익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지역에 끼칠 중국의 영향을 견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 북한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에도 나진항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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