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현지시간) 옛 소련 국가로 동방정교회를 믿는 조지아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사진은 교황이 미사가 열린 경기장에서 신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교황, 조지아·아제르바이잔 순방 ‘평화·형제애’ 강조
이슬람·정교회지도자 만나 종교간 교류와 화합 외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 남부 캅카스 산맥에 자리한 나라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했다. 교황은 종교간 평화를 호소하며 더는 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뜻을 또다시 전달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 시아파가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방문한 교황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다양한 종교지도자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교황은 현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유대교 등 이웃종교 대표들과 만나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가 ‘융화된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할 것을 부탁했다. 그는 이날 트윗 글에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기도는 증오가 있는 곳에 사랑을, 범죄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단”이라며 종교인들부터 화합과 평화를 이루어가는 데 힘써줄 것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웃종교 대표지도자들에게 “미래 세대를 위해선 지금까지 우리가 제공 받은 세계보다 한층 더 좋은 세계를 물려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더 이상 신의 이름을 사용한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신의 이름으로 테러와 잔혹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원리주의와 과격파들을 비판했다.

◆“대화로 싸움 극복해야”

아제르바이잔이 안으로 군사적 충돌을 빚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방문한 교황은 정부와 각계 주요 인사들 앞에서 “대화를 통해 싸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교황은 아제르바이잔 순방에 앞서 옛 소련 국가인 조지아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방문했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한 교황은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과 동방정교회 엘리아 총대주교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은 조지아 대통령궁에서 조지아 정부 관리와 시민사회 지도자,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국제법 틀 내에서 모든 나라들의 주권이 존중돼야 한다”며 “지역 내 모든 민족과 국가 사이의 공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소련 해체 후 독립하며 러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조지아의 처지를 어느 정도 대변하는 한편 러시아정부와 러시아정교회와의 관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엘리아 총대주교와의 만남에선 “신에 대한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일치된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오해와 현재의 계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교회 강경파 비난에도 교황 “종교간 화합” 강조

교황은 다음날 1일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경기장에서 집전한 야외미사에 엘리아 총대주교 등 동방정교회 대표단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동방정교회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아 종교간 화합이라는 의미도 빛이 바랬다.

정교회 내에서도 보수적 평가를 받는 조지아 동방정교회는 이날 미사 앞서 가톨릭과 정교회의 교리 차 때문에 교황이 주재하는 미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교황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야외미사에 경기장의 수용 인원(2만5000명)을 한참 밑도는 3000여 명만 참석했고, 동방정교회 신자인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 등 극소수의 신자만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엘리아 총대주교는 신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들은 교황이 방문한 첫날부터 ‘교황청은 영적 침략자’ ‘이단’ ‘적그리스도’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교황의 방문이 종교간 화합 차원이 아니라 동방정교회를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는 시도로 보고 반발했다.

기독교 뿌리가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조지아는 기독교 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 중 하나다. 그렇지만 국민의 절대다수가 동방정교회 신자로,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3%에도 못 미치는 11만 2000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 교황은 미사 후 가톨릭 신자들과의 대화에서 “여러분은 동방정교회 신자를 개종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자매이자 예수의 제자들”이라고 말했다. 또 “개종은 큰 죄악”이라고 언급한 교황은 “동방정교회 신자라는 이유로 형제, 자매를 비난하거나 그들과 대화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캅카스 지방의 평화 정착에 힘을 보태기 위해 16번째 해외 방문국으로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을 택한 교황의 이번 순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