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오거스틴(St. Augustine)은 ‘시간이란 무엇일까(What is time)?’라는 질문에 대해 “내게 시간이 무엇인지 묻지 않으면 나는 시간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시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해 답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생명이란 무엇일까(What is life)?’라는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평소 생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생명에 대해 정의해 보라고 하면 그 답은 매우 어려워진다.

생물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특징은 자동차나 컴퓨터,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을 지닌 ‘알파고’ 등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생명(生命, Life)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생물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징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명의 첫 번째 특징으로는 공기 중의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호흡을 들 수 있다. 호흡은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생물은 숨이 끊기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물질이 불에 타는 연소(燃燒)도 호흡과 마찬가지로 산소를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생물의 호흡과 연소는 어떠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두 번째 특징은 생물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 생명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태양 빛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동물은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먹이로 섭취해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며 살아간다. 자동차는 휘발유(가솔린)나 디젤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작동을 한다. 생물과 자동차의 에너지 이용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세 번째 특징은 생물체를 이루는 기본단위가 세포(細胞, cell)라는 것이다. 우리 몸의 구성을 살펴보면 세포들이 모여 조직(組織, tissue)을 이루고, 조직들이 모여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器官, organ)을 이루며, 기관들이 모여 기관계(organ system)를 이루고 있다.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인공지능(AI)의 산물인 ‘알파고’와 인체의 구조와 기능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네 번째 특징으로는 생물은 태어나 성장을 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화하여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자동차나 가전제품과 같은 기기들도 오래 사용하면 부속이 낡고 망가져 결국 못쓰게 된다. 생물의 노화와 기기들의 노후는 어떻게 비교될 수 있을까.

다섯 번째 특징으로 생물은 자극에 반응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위와 추위를 다르게 느끼고, 기쁜 일과 슬픈 일에도 다르게 반응한다. 자동차도 시동을 켜면 엔진이 가동되고, 전조등을 커면 밝은 빛을 비춘다. 사람의 자극에 대한 반응과 자동차의 엔진이나 전조등의 작동의 차이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섯 번째로 고등생물은 암·수가 있어 생식을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말과 당나귀의 교잡에 의해 태어나는 노새는 생식에 의해 후손을 생산하지 못한다. 생물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생식과 유전 현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곱 번째로 생물은 진화를 한다는 사실이다. 자동차도 자전거에서 모터사이클로의 변화를 거쳐 탄생한 것이며, 슈퍼컴퓨터도 초기의 단순한 컴퓨터로부터 출발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생물의 진화와 자동차나 컴퓨터의 발달은 어떻게 비교해 볼 수 있을까.

고등동물은 뇌가 발달하여 생각을 할 수 있으며, 식물은 주변 환경에 대해 대처해나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문자판을 누르는 대로 작동을 한다. 자연환경에 대한 생명체의 반응과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작동의 차이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철학적 관점에서 ‘생명체는 왜(why) 생겨났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명은 ‘자연발생’에 의해 생겨났다는 답이 나올 수 있다. 물질을 다루는 물리·화학적 관점에서 ‘무엇(what)이 생명체를 생기도록 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생명은 ‘물질 변화’에 의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명과학의 관심 주제인 ‘생명은 어떻게(how) 생겨났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그 답은 진화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한 ‘자연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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