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한 발 한 발 꿈을 현실로, 성체줄기세포’ ‘신경줄기세포 이용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가능성’ ‘녹내장 줄기세포 치료법 개발’ ‘줄기세포의 산업화 방안’ 등의 뉴스 제목들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줄기세포의 실체는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줄기세포는 ‘Stem Cell’을 번역한 말로 피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근육, 뼈, 혈액, 신경세포 등과 같은 260여 가지의 모양과 기능이 다른 세포들로 분화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분화 분열세포를 지칭하는 말이다. 줄기세포는 1998년에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톰슨(J. Thomson)과 존스 홉킨스의 기어하트(J. Gearhart)가 처음으로 분리해 보고했다.

사람의 발생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수정란’에서 출발한다. 수정란은 2세포, 4세포, 8세포…로 분열을 거듭해 풍선 모양의 배반포(胚盤胞) 상태로 자궁벽에 착상하게 된다. 배반포 내부에는 분열능력을 지닌 세포들이 뭉쳐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세포들이 바로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이다. 태반에서  배아줄기세포들이 분열과 분화를 거쳐 다양한 조직들을 형성하며 사람의 모습을 갖춘 태아로 자라난다.

‘줄기세포는 어린이다’라는 비유도 있다. 이 말은 어린 아이가 어떤 모습이나 성격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할지 알기 어려운 것처럼 줄기세포도 어떤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될지 알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 무한한 분열과 분화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줄기세포는 크게 수정란이 분열돼 만들어지는 ‘배아줄기세포’와 탯줄이나 골수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 그리고 성체의 조직세포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유도만능 줄기세포(또는 역분화 줄기세포)’로 구분이 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만능분화(萬能分化) 줄기세포라고도 부른다.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을 이용해 손상으로 회복이 어려운 조직이나 퇴행성 난치병 등을 치료하는 기술이 ‘줄기세포 치료법’이다. 그러나 특정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하려면 그 세포를 이식받을 환자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를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의 이용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정되지 않은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體細胞)로부터 핵을 이식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줄기세포에 사용되는 난자에 대한 생명윤리 문제와 함께 이 줄기세포를 자궁에 착상시킬 경우 탄생될 수 있는 복제인간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분만 후 아기의 탯줄에서 나온 탯줄혈액인 제대혈(臍帶血)이나 성인의 골수나 뇌세포 등에도 줄기세포가 분포하고 있는데, 이들은 배아줄기세포와 구분해 ‘성체줄기세포’라고 부른다. 제대혈에 분포하는 조혈모세포는 백혈병이나 재생이 어려운 악성빈혈 등의 치료에 이용될 수 있으며, 제대혈의 간엽줄기세포는 뼈, 신경세포, 피부세포 등 다양한 조직세포의 재생이나 유전질환의 치료에 이용될 수 있다. 이렇게 성장한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는 태아로 발생하는 배반포에서 얻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생명윤리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어 현재 상용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 실례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뇌경색의 치료 과정은 다음과 같다. 뇌경색 환자로부터 채취한 골수(骨髓)를 배양해 다량의 성체줄기세포를 만들어낸 다음 환자에게 주입하면, 이 줄기세포들이 손상된 뇌 부위에 도달해 새로운 뇌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이렇게 새로 분화한 뇌신경 세포에 의해 뇌경색 증세가 사라지면 환자의 치료가 가능해진다.

‘유도만능 줄기세포’는 2006년에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山中 伸弥) 교수에 의해 배반포나 난자 대신 몸을 이루는 조직세포를 이용해 개발됐다.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할 경우 환자 자신의 조직세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시 면역 거부 반응이 없으며, 생명윤리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도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야마나카 교수는 유도만능 줄기세포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줄기세포가 난치병이나 불치병의 치료는 물론 손상된 조직이나 기관 이식 등 여러 분야에 널리 이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생명과학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와 우리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줄기세포의 개발과 이용에 대한 바른 인식은 생명과학자나 생명윤리 전문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염두에 두어야만 하는 범사회적 과제이다. 줄기세포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확산과 이를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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