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이라고 부른다.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에도 없는 독특한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 정착되면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는 민주주의 원리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정감사 제도의 한계도 크지만 그 취지와 성과만큼은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국정감사 정국을 보면 그 ‘꽃’마저 시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소속 의원들도 국정감사를 거부하며 이에 동참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정감사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셈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따져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집권당은 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집권당이 국회의장 사퇴를 명분으로 단식 투쟁을 하고 국정감사까지 포기하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 없는 초유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일 안보위기를 강조하며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언급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 이제는 안보위기까지 겹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생도 끝없는 추락을 반복하고 있다. 정말 ‘민생위기’가 더 절박하다는 바닥 민심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상황은 ‘총체적 위기 국면’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절망감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사퇴를 명분으로 정기국회를 파국으로 몰고 있다. 집권당 대표가 목숨을 걸겠다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이를 말려야 할 당내 중진들이 오히려 파국을 부채질 하고 있다. 국정감사에 복귀하라는 이정현 대표의 결단마저 거부해 버렸다. 소속 의원들도 함께 단식에 동참하겠다며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만들고 국정감사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얻는 ‘정략적 이득’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는 집권당이 보여야 할 모습이 아니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 주요 권한으로 국정감사를 적시하고 있다. 거대한 행정권에 대한 국민의 소중한 견제 시스템이다. 따라서 아무리 정략적 이익이 많더라도 국정감사 포기는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국회 운영상의 문제를 이유로 국정감사를 포기하는 행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정현 대표는 하루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국정감사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국회를 이렇게 만든 데에는 정세균 의장의 책임도 적지 않다. 유감 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설사 모두가 내키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의 무한 대치는 거두길 바란다. 국정감사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