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에 새로운 의혹 사건이 불거졌다.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 미르,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게다가 국내 재벌들이 800억원의 거액을 출연했다는 것도 놀랍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했길래 재벌들이 줄줄이 거액을 내놓았을까. 

최순실씨는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초기에 비서실장을 지냈던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다. 불과 얼마 전에도 청와대에서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홍역을 앓았던 일도 있었다. ‘비선 실세’ 운운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 이제는 주인공이 정씨가 아니라 그의 전 부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래저래 그 진위 여부와는 무관하게 국민의 관심을 사기에는 충분한 대형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아직은 사건의 초기인 만큼 야권에서 제기하는 여러 의혹들이 많다. 우선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누가 왜 설립했는지부터 궁금한 대목이다. 재벌기업들은 이미 문화와 체육 분야에 적지 않은 자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체로 자금을 모아서 별도의 재단법인을 만들겠다는 발상부터가 석연치 않다. 정말 ‘기부’의 뜻이라면 이미 활동 중인 법인이나 단체가 얼마나 많은가. 왜 그쪽은 외면하는 것일까.

그리고 정부의 행정 처리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재단법인 설립이 불과 며칠 만에 이뤄졌다면 어느 누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대기업이 앞장서서 800억원을 투입하는 거대한 사업이다. 게다가 법인 설립에 꼭 필요한 총회 자료나 회의록 등이 부실이라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도대체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뭐 길래 이런 ‘특혜’를 누렸다는 것인가.

또 있다. 두 단체는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 때 동행까지 하면서 공연이나 행사를 벌였다는 것도 드러나고 있다. 이 두 재단이 설립된 지 얼마 됐다고, 또 무슨 실적이 있다고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어느 재단이 이런 기회를 누렸는지 따져 볼 일이다. 이 또한 국민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그 핵심에는 최순실씨가 있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물론 청와대는 대응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마침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우선 핵심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서 따져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아무 일도 없다면 이렇게 반대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이 문제는 억지로 막을 일이 아니다. 자칫 수많은 ‘설’들이 넘쳐나서 국정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이면 사실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빨리 털고 가야 한다. 차기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지금은 무엇보다 민생과 안보가 더 위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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