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은 106년 되는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이다. 대한제국의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형식적인 회의를 거쳐 1910년 8월 22일에 합병조약을 조인해 8월 29일에 공포함으로써 대한제국은 일본제국의 식민지가 됐다. 이미 5년 전인 1905년 을사년에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치면 사실상 대한제국은 40년간 일제 치하에 있었다.

치욕의 역사지만 대구시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市 조례를 개정해 경술국치일을 잊지 말고 조기를 게양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기게양은 ‘치욕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것을 넘어 목숨 바쳐 일제에 항거했던 수많은 독립투사와 희생자를 기리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제 치하에서 강제동원된 희생자 중에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는 물론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東京)와 요코하마(橫浜) 지역을 강타한 관동(關東)대지진 이후 ‘조선인들이 방화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돼 조선인 6000여명이 일본인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14년 ‘관동대지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진전을 진행했던 천지일보는 준비과정에서 희생자 명부가 발견되는 등 희생자들이 억울함을 신원하는 듯한 일을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사진 속에 찍힌 수많은 주검만으로도 힘없고 무지해 나라를 잃은 백성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 서두에 쓴 이 문구처럼 치욕의 역사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조기게양은 우리가 가진 주권과 영토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우는 좋은 제안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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