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수궁. 한 할머니가 덕수궁 중화문에 앉아 정전인 중화전 아래에 있는 학생들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사건이 떠올랐는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곳 덕수궁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두 차례 궁궐로 사용했다. 처음에는 임진왜란 때 피난 갔다 돌아온 선조가 사용했다. 당시엔 ‘경운궁’이라 불렀다.

경운궁이 다시 궁궐로 사용된 것은 조선 말기 러시아공사관에 있던 고종이 이곳으로 옮겨오면서부터다.

조선말기 정국은 몹시 혼란스러웠다. 개화 이후 물밀 듯 들어온 서구 열강들의 조선에 대한 이권 다툼이 치열했던 것.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에서 돌아와 조선의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새로 환구단을 지어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고종 당시 궁궐은 현재 정동과 시청 앞 광장 일대를 아우르는 규모로 현재 궁역의 3배 정도의 크기다.

하지만 고종의 의지와 시도는 일제에 의해 좌절됐고, 고종은 강압에 의해 왕위에서 물러났다. 이때부터 경운궁은 ‘덕수궁’이라 불렸다. 고종에게 왕위를 물려받은 순종이 창덕궁으로 옮겨가면서 고종에게 장수를 비는 뜻으로 ‘덕수’라는 궁호를 올린 것이 그대로 궁궐 이름이 됐다. 고종은 승하할 때까지 덕수궁에서 지냈고, 고종 승하 후 이곳은 빠르게 해체,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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