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종교연합 박남수 상임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종교연합 박남수 상임대표를 만나다

“국민 기대와 달리 종교지도자의 역할 눈에 띄게 줄어
 편협된 상생 외침은 정치·종교권력 부작용 낳을 수도
 
정교분리 힘써야… 정부, 종교 외형보다 사명 도와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테러, 분쟁으로 인해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희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을 뛰어넘어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다종교 사회를 이루며 이웃과의 협력과 공존을 바라는 공동체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변화와 노력에 종교계 또한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종교연합(URI-Korea) 박남수 상임대표를 만나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와 상생을 위한 종교인의 역할을 들어봤다.

- 이웃종교간 화합운동이 활발하다. 실제로 상생하는 계기를 만든 사례가 있는가.

우리나라에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한국종교연합’ 등 3개의 연합단체가 있다. 이들 단체는 국가의 중요한 국민 관심 사안이 있을 때 국민의 다수가 종교인이기 때문에 종교인의 바람과 희망을 국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설립 초기보다) 아쉽게도 최근 들어 종교지도자의 역할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종교지도자들에게 문제가 있음인지 국가 지도자들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이 어떠한 것인지 의문을 품을 것이다. 그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생각하고 분석하고 고쳐나가야 할 사항이며 때이다.

- 일각에서는 ‘상생’을 외치나 ‘편협’ 속 상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수 (신흥)종교들을 외면한 채 기득권 종교(단체)들만 모여 상생을 외친다는 비판이 있다.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가 다종교의 평화로운 신앙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역할을 기득권을 갖고 있는 종교들이 손을 잡고 연합활동을 잘함으로써 유지된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홍보하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이 점에 대하 동의하지 않는다. 이웃종교지도자들이 손을 잡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 상생과 공존을 목표가 이룩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목적과 취지가 처음 취지와 달리 그 활동자체가 포교와 전도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에 반대할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종교 역시 하나의 권력으로 그려질 소지가 충분히 있다.

한국 사회의 다종교 문화의 안착은 어려울 때 어떤 종교가 나서면 거기에 다른 종교가 동참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관심을 갖기보다 종교 사이 평화로움만이 강조되는 행동이 잦아진다면 사회는 어느 쪽이 대세인가, 혹은 힘이 있는가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각 종단의 지도자들이 스스로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을 추구할리는 없지만 결과로서 그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세상원리를 망각한다면 종교가 큰 힘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 이를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다.

- 특정 종교는 이웃종교 화합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일부에서 이슬람 등 이웃 종교를 공공연하게 차별해야 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펴고 있다.

자기종교를 전교하고 전파하는 것은 종교인의 사명이다. 생각해보면 종교의 역사는 수난의 역사였다. 모든 종교지도자는 창도 당시에는 기존 종교에 의해 이단으로 취급당한 역사이다. 동학(천도교) 교조 수운 최제우 대신사 역시 창도시대에는 좌도난정율로 사형을 당했다. 동학은 혹세무민의 종교로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 그러던 천도교를 오늘날 누구도 이단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터를 잡은 종교들인 불교는 신라, 조선에서 박해를 받았던 적이 있고 가톨릭은 수많은 순교자를 내야 했으며, 개신교 역시 처음에는 서양 문화와 함께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각 종교인들은 자신의 종교가 박해받던 시기를 떠올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슬람은 세계 3대 종교로 일컬어지고 있다. 요즘 문제가 되는 이슬람국가(IS)는 이슬람권에서도 이단으로 평가받고 있으니 그런 이슬람을 IS와 꼭 동일시하는 것은 무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히려 이를 통해 이슬람을 배격한다면 괴물과도 같은 IS의 농간에 빠져드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 종교 차별에 앞장서는 정치인과 공무원 등이 있다.

국가에 따라 종교와 사회와의 관계가 결정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교 분리를 명확히 선언한 나라다(헌법 제20조 제2항). 그러니 공무원이 종교차별에 참여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기본에 당연히 문제가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가끔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속한 종교를 드러내어 공직과 정치권에서 인정을 받으려고 일부러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종교를 현실 권력에 이용하려는 파렴치함을 드러낸 것이다.

오늘의 그러한 현실에 대해 불만·불평만 갖고는 해결될 수 없다. 한국종교연합에서는 지난날 공직자 종교편향사례에 대해 ‘공직자의 종교편향 방지를 위한 법 제도(정책기초연구)’ 단행본을 발간해 국가기관과 종교기관에 배포했다. 또한 각종 지수 중 가장 중요한 ‘종교평화지수 발표를 위한 콜리키움’을 2년 차 준비를 하고 있다. 다 함께해야 할 사업이다.

- 진정한 상생을 위해 각 종교(인)가 가져야 할 자세는

답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 종교에서 가르침의 가장 기본이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은 ‘다름을 인정하고’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경전(經典), 성경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지 말고, 마음으로 몸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종교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운동을 전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나만을 위하는 신앙이 아닌 너를 위하고 모두를 위하는 신앙을 하며 사사로운 마음으로 흐트러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각의 장점을 한데 모아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마음으로 동귀일체(同歸一體, 인간의 정신적인 결합) 하는 것이 곧 종교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 종교계가 진행하는 종교 화합과 상생 프로그램 중 개선해야 할 부분은

가끔은 종교 화합을 위한 프로그램의 효능에 대해 의심을 해 본 적도 있다. 규모가 큰 종단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정치·사회적 이해관계를 앞세워서 사회의 어려움을 도외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삼고 시행한다면 이는 폐지돼야 할 것이다. 대신 칭찬을 통해 공동체를 위하는 종교인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웃종교인들에 대한 칭찬릴레이 같은 사업들을 통해서 특정 종단이 아닌 여러 종교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확산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대안 가운데 하나다.

- 국민대통합을 원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종교계에 해야 할 역할은

종교가 국가에 의지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종교는 말 그대로 이 세상 가르침 중 가장 으뜸의 가르침이다. 종교는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권모술수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정부가 혹시 종교계를 지원한다면 작고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는 것이어야지 그 종교의 외양을 거창하게 만드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종교로서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한국종교연합(URI Korea)]

다양한 종교인들과 정신적 지도자들이 종교 간 협력을 증진해 종교로 말미암은 폭력 종식과 함께 지구와 모든 생명체들을 위한 평화와 정의, 치유의 문화를 조성하고자 2000년 6월 창립한 범종교 연합선도기구이다. 7대 종단을 넘어 종교 간 평화 실현을 위해 모든 종교인들이 공동의 운동방향을 설정하고 협력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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