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를 세계에 전파할 교두보를 잃은 듯하다. 현각스님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해는 승려 생활을 한 지 25년째인데 주한 외국인 스님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품)일 뿐. 이게 내 25년간 경험이다.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현각스님은 이미 2008년 “말만 많은 텅 빈 대가리가 되는 것 같다”며 독일로 떠나 뮌헨과 인근 레겐스부르크를 오가며 선(禪)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과거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출간한 이후 너무 유명해져 후회한다고도 했지만 그간 한국불교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었다. 한국불교는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외부의 지적(知的) DNA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애정어린 충고를 했던 그가 돌연 세속에 빠진 조계종,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한국불교에 실망해 완전히 한국을 떠난다고 밝힌 것이다. 현각스님은 한국을 떠나는 이유의 하나로 “한국의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래의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그냥 기복 종교로 항복시켰다. 왜냐하면 ”기복=$(돈). 참 슬픈 일이다”라며 조계종의 현실을 꼬집었다.

현각스님이 출가한 계기를 보면 석가모니가 떠오른다. 그는 자신은 편안히 사는데 왜 세인들은 기근과 고통에 시달리는지 고민하던 중 은사 숭산스님을 만나 출가를 결심했던 하버드 대학원 비교종교학과 출신의 인재다. 조계종이 현각스님에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기회를 줬다면 그는 분명 한국불교의 본질을 전 세계에 알리는 훌륭한 교두보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 스승의 가르침보다 세속화되고 인종차별을 벗어던지지 못한 답답한 한국불교만이 남아 있는 듯해 안타깝다. 그러나 아무도 현각스님이 잘못 봤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 현각스님이 본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보아 온 부패하고 막힌 한국불교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각스님의 지적을 조계종은 분명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자성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닫힌 문화를 벗어 던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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