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27일 개봉했다. 왼쪽부터 배우 리암 니슨, 이정재, 이범수.(제공: CJ엔터테인먼트)

리뷰 | 영화 ‘인천상륙작전’
작전 성공 이끈 첩보부대 조명
전쟁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특수작전 긴장감 속에 펼쳐져

인물 개연성 떨어지고 의문만
이정재·이범수 열연 구멍 메워
출연부터 화제된 리암 니슨
어록만 쏟아내… 비중 아쉬워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본 영화는 실화에서 영감 받아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이처럼 한국인이라면 알고 있는 인천상륙작전 실화를 재조명해 스크린에 담아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역사를 바탕으로 맥아더 장군이 계획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활약했던 해군 첩보부대의 이야기를 그렸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됐다. 단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한달 만에 낙동강까지 후퇴하며 수세에 몰리게 된다. 그때 국제연합군 최고사령관인 ‘더글러스 맥아더(리암 니슨 분)’ 장군은 성공확률 1/5000인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맥아더 장군은 대북 첩보작전 ‘X-RAY’를 ‘장학수(이정재 분)’ 해군 첩보부대 대위를 포함한 부대원들에게 지시한다. 이들의 임무는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해 북한의 병력과 무기, 기뢰 등의 정보를 빼내는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대범한 전술, 완벽한 언변으로 무장한 장학수는 ‘림계진(이범수 분)’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의 눈을 피해 인천 내 정보를 빼내고 국제연합군에 전달한다. 마지막 그의 임무는 연합군의 인천상륙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것. 부대원들과 무사히 고향에 돌아갈 것을 꿈꾸며 목숨을 건 작전을 시작한다.

첩보전이 영화의 주된 내용인 만큼 상영 내내 긴박하게 흘러간다. 장학수는 인민군 검열대장 ‘박남철(박성웅 분)’로 위장해 림계진으로부터 비밀리에 해로를 확보하려 고군분투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제공: CJ엔터테인먼트)

특히 인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8인의 해군 특수부대가 박남철과 부하들을 처리하는 장면과 장학수가 림계진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독대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조국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 숭고한 희생을 한 영웅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라는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의 설명이 무색하게 인물 간 개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가장 대표적으로 맥아더 장군이 무모한 작전을 실행하는 이유가 우연히 만난 남한 소년병의 굳센 군인정신이라는 것이다. 맥아더를 둘러싼 인물들과 북한군 림계진은 ‘맥아더 장군이 출세를 위해 남한을 지키려 한다’고 몰고 간다. 설득력 부족한 설정 탓에 맥아더 장군이 남한을 승리로 이끈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만 남게 됐다.

소련으로 유학 갈 정도로 공산주의자였던 장학수는 아버지의 죽음 후 남한으로 귀화한다. 이후 영화는 장학수의 가족사를 계속 들먹이며 “공산주의는 나빠요”라고 되새긴다.

아울러 등장인물의 대부분은 감성적이다. 인천 시립병원 간호사 ‘한채선(진세연 분)’은 삼촌을 죽음으로 몰로 갔던 장학수에게 금세 마음을 준다. ‘X-RAY’ 작전의 대장 장학수는 죽어가는 동료를 볼 때마다 슬퍼하며 감정낭비를 한다. 영화 ‘고지전’에서 전쟁의 영향으로 냉혈한이 된 악어중대 중대장 ‘신일영(이제훈 분)’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아무리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구성이 됐다 하더라도 영화에서 기승전결 없이 기기승결인 전개가 아쉽다.

리암 니슨, 이정재, 이범수 등의 카드와 숭고한 역사적 사실을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을까. 이들은 화제성·인지도·연기력 3박자를 모두 갖춘 최정예 부대다. 그럼에도 모든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 엉성하다.

한국에선 ‘국민아빠’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한국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영화 속 그의 비중은 실망스러웠다. 리암 니슨이 등장하는 장면은 어설픈 CG로 뒤덮였으며, 등장할 때마다 영웅이 등장할 때 나올법한 웅장한 음악은 실소를 자아냈다. 게다가 리암 니슨이 입만 열면 어록이 쏟아져 나와 보는 사람이 다 부끄러웠다.

이정재와 이범수의 활약은 대단했으나 어설픈 첩보전과 어떤 상황에서도 죽지 않는 불사신이라는 설정이 아쉬웠다. 1차원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열연하는 두 배우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역시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이정재는 눈빛과 목소리만으로 허술한 각본의 빈자리를 채웠으며 박철민은 무거울 수 있는 장면에서 특유의 개그로 감정선을 잡아줬다. 이범수는 철두철미하고 불같은 성격을 가진 림계진으로 완벽 분해 그가 나오는 장면에선 긴장감이 맴돌았다.

리암 니슨의 열정도 돋보였다. 그가 내한기자회견에서 “맥아더 장군의 권위와 권한을 표현하기 위해 항상 모자를 약간 삐딱하게 쓰고, 어딜 가든 항상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설정을 했다”고 말한 것처럼 자신만의 맥아더를 표현했다.

영화는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야심차게 내세운 ‘전쟁 3부작’ 중 2번째 작품이다. 170억이라는 제작비를 쏟아부어 숨겨진 역사 조명과 호국영령을 기린다는 포부를 가지고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반드시 제작됐어야 할 소재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전 국민에게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다시 적립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더라면 성공이다.

제작사는 ‘전쟁 3부작’ 가운데 마지막 작품인 ‘서울수복’ 제작을 공표했다. ‘서울수복’이 앞서 발표된 2개의 작품을 보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