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배우 이범수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는 등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5000:1의 성공 확률로, 전쟁의 역사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 영화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인천지역을 장악한 북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다. 철두철미한 판단력과 냉철한 치리로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불같은 성격을 가진 림계진. 그가 등장하는 장면이라면 누구나 주먹을 불끈 쥐고 긴장감을 늦추지 못할 것이다.

림계진 캐릭터를 완성한 배우는 바로 이범수다. 코믹, 멜로, 액션 등 폭넓은 연기를 가지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이범수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광기에 젖은 눈빛으로 시종일관 악을 연기한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과 배우 이정재, 정준호 등 다양한 배우가 등장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가 림계진이었다. 그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영화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영화가 개봉했다. 소감은.

어떤 작품이든 매번 선보일 때는 걱정되고 기대된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이번 영화는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노력한 만큼 담겨 있을까’ 하고 기대한다. 언론시사회 때 처음 완성본을 보고 내심 흡족했다. 디테일한 면은 아쉽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해도 완벽하게 흡족한 작품은 없더라.

주변 사람들에게 참여한 영화라고 권하기에 부끄럽지 않았다. 늘 그렇게 생각한다. 제 작품을 평할 때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냐라는 기준이 생긴다. 그런 기준으로 빗대볼 때 이번 영화는 흡족했다.

- 림계진은 소름 끼칠 정도로 냉혈하다.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했나.

처음 받은 시나리오에서는 소련 유학파로 새로운 공산주의라는 이념을 가진 신문물을 접한 엘리트 장교로 그려졌다. 사상교육을 받은 한채선(진세연 분)이 림계진을 흠모하고 림계진도 한채선에게 감정이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주최 측에서 볼 때 장학수와 림계진의 사상가로서 가진 고뇌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장학수가 뛰어넘어야 하는 난관 장벽이 거세고 높을수록 대립과 갈등에 날이 서게 되고 더 긴장감이 있는 것이기에 림계진의 캐릭터를 더 날을 세웠다. 지금의 림계진이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과 아픔 등을 모두 넣기엔 너무 설명적이라고 생각했다.

- 영화를 위해 7㎏ 증량하고 촬영 후 다시 감량했다. 이유는.

마른 림계진도 말이 되지만 바로 전작인 ‘신의 한수’와 차별점이 있어야 했기에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지난번과 똑같잖아’라는 말을 듣기 싫었다. 사령관이 아니고 지휘관이니까 능글맞고 기름진 인물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다. 처음부터 목표를 정해놓고 찌운 것은 아니다.

지금 5㎏ 정도 감량했다. 앞으로 2~3㎏ 더 감량할 예정이다. ‘인천상륙작전’ 초반에 광고 촬영이 하나 있었다. 촬영하러 갔는데 살이 조금 찐 상태에서 갔더니 ‘이제 내려놓으신 것이냐’는 농담을 들었다. 그때는 나한테 맡은 역에 최선을 다한 것인데 다른 현장에서는 이렇게 비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촬영 현장으로 돌아가니 첫 테이크에서 ‘지금 기름지고 기분 나쁘게 잘 가고 있으니 살 빼면 안 된다’는 얘길 들었다. 저도 살찐 림계진이 맘에 들었다.

▲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배우 이범수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그동안 했던 악역과의 차이점은.

바로 전작이 ‘신의 한수’였기 때문에 그 부분은 겹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악역을 하면 할수록 과거에 했던 역과 겹치면 안 되니까 점점 (연기의 폭이) 좁아지더라. 다른 악역을 하면 더 좁아지는 건데. 기존에 했던 배우로서 역과 차별성을 가져야 하니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더라. 과거랑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도 차별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 어떤 역을 하면 편한가.

배우의 습성이기도 한데 자유분방하면 할수록 더 편한 것 같다.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밖에 나갔는데 비가 오면 안 맞으려고 불편해진다. 물 안 튀게 하려고 처마 밑으로만 다니게 되는 불편함과 부자연스러움이 있다. 그 사람을 흙탕물에 집어넣었다가 빼면 자유로워진다. 비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런 것처럼 제가 맡은 캐릭터가 모든 것에 설득력이 있고 편안할수록 자유로운 부분이 폭넓더라. 그래서 성격이 있는 캐릭터일수록 더 자유로운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 리암 니슨과의 연기 어땠나.

실제로 같이 연기한 장면은 없고, 포스터 촬영 때 한나절 같이 있었다. 첫 만남 때 영화 ‘미션’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미션’을 봤냐”면서 놀라더라. 많은 사람들은 ‘쉰들러 리스트’나 ‘테이큰’을 이야기하는데 ‘미션’이 오래되고 리암 니슨이 신인시절 찍었던 영화라 놀랐다고 했다.

저보고 “눈빛이 좋고,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때 한국에서 뭘 먹었냐고 하니 호텔에서 먹은 것 외에 없다고 해서 다음에 오시면 한국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저번 내한 때 와서 나를 찾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스케쥴이 맞지 않아서 만나지 못했다. 다음에는 약속을 꼭 지켜야겠다.(웃음)

- 연출에 대한 관심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있다. 3년 전 금연 홍보대사로서 금연에 관한 단편영화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호기심도 생기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겠다고 했다. 제작 지원비를 3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출연료가 포함돼있는 건데 200만원을 더 써서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그 작품이 ‘꼭두각시’다.

저는 무박 3일 동안 참여했는데 너무나 즐거운 작업이었고 흥미로웠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연출자분들이 연기를 더 많이 이해하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연출에 대한 영역이 궁금해졌고 그런 기회가 주어져서 참여하게 됐다. 그래서 느낀 점이 많았고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 후배 연기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저도 배우를 꿈꾸던 새파란 시절에는 몰랐던 건데 나중에 프로배우가 돼서 느끼게 된 것은 내가 배우가 되고 싶은 건지 스타가 되고 싶은 건지를 정해야 한다. 내가 배우가 되고 싶다면 어떤 자질이 있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건가를 당연히 고민해봐야 할 것이고 내가 스타가 되고 싶다면 어떤 가능성이 있고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부분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그런 고민을 반드시 하고 임해야 그만큼의 오차를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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