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부터 26일까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 (출처: 연합뉴스)

북한 포함 6자회담 당사국 모두 참여
한국, 국제사회 대북공조 유지 노력
북한, 사드·남중국해로 틈새 벌리기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아세안 지역과 북한을 포함한 한중일 외교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일정이 23일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들 참가국들은 24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 당면 현안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주한미군 배치, 북핵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을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북 현안 문제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남북 외교 수장 간 외교전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4일 낮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해 본격적인 외교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메콩 유역 5개국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아세안 회의 참석, 양자 회동 등의 일정을 빡빡하게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25일엔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26일엔 아세안+3(한중일)·동아시아정상회의(ES) 외교장관회의와 함께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번 포럼엔 윤 장관을 비롯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중국 왕이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함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참가한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도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전임 리수용의 후임으로 외무상에 오른 그에겐 이번 포럼이 첫 국제외교 데뷔 무대다. 리용호의 참석으로 이번 포럼에선 6자회담 당사국의 외교 수장이 모두 참석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현안을 둘러싼 외교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윤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동 성사 시 우선 사드 배치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장관은 사드 배치가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을 겨냥하지 않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방어만을 위한 방위적 수단임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자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조치로 규정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교 당국은 또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외교를 통해 북한 핵 위협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공조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가 북핵 불용 원칙에 한목소리를 내고,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등 대북 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해 나가도록 협력을 요청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은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문제로 더욱 벌어진 미중 관계와 한중 관계의 틈을 최대한 이용해 대북 제재 공조를 깨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리용호 외무상은 동남아 국가와의 양자회담은 물론 중국, 러시아 외교 수장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공세적으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필리핀 간 현안인 남중국해 문제도 이번 포럼의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을 했지만, 중국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중국이 중재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나라는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이번 포럼에선 우리 정부가 어떤 모양으로든 남중국해 관련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이번 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와 사드 배치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외교 당국이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기존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압박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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