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26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한국인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리스트가 된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의 뒤에는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들이 함께 했다.

김연아는 7살 때 처음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이후 세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해왔지만 동시에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은퇴를 생각할 만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고비마다 훌륭한 지도자와 든든한 지원을 만난 덕에 김연아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피겨 여제'를 향해 달릴 수 있었다.

지금의 김연아를 만들어낸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은 역시 브라이언 오서(49) 코치다.

현역 시절 남자 싱글 무대를 휩쓸었던 오서 코치는 지난 2006-2007 시즌부터 김연아를 지도하면서 코치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장점을 제대로 키워내고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그랑프리 파이널 3회 우승(2006년, 2007, 2009년)과 더불어 그랑프리 시리즈 7개 대회 연속 우승과 4대륙 선수권대회(2009년) 및 세계선수권대회(2009년) 우승의 빛나는 업적을 합작했다.

오서 코치는 우선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 불리던 현역 시절 별명답게 김연아의 점프 연기를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음악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김연아가 예술성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연아는 오서 코치의 조련을 받으며 피겨스케이팅의 즐거움을 느끼고, 연기를 펼치는 데 더욱 자신감 넘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김연아 역시 "오서 코치와 처음 만났을 때 쑥스러움을 많이 탔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성격도 바뀌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하는 게 좋아지고 익숙해졌다. 그래서 표현력도 더 좋아진 것 같다"라며 오서 코치의 장점을 설명한 바 있다.

오서 코치는 또 김연아의 '멘토'로서 더 강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서 코치와 함께 유대감을 기르면서 김연아는 더욱 안정적으로 연기를 펼치는 전천후 선수로 거듭났다.

특히 오서 코치가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면서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김연아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오서 코치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당시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금메달을 두고 세기에 남을 명승부를 펼쳤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올림픽 무대가 주는 중압감을 누구보다도 크게 겪었던 오서 코치는 늘 외롭게 경기를 준비해야 했던 김연아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부모와 같은 역할을 했다.

오서 코치는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때 경기를 앞두고 심한 부담감을 느끼던 김연아에게 "어머니도 트레이너도, 이 경기장의 누구도 지금 네가 얼마나 큰 중압감을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난 안다"고 말해 안심시켰다고 전한 바 있다.

24일 쇼트프로그램에서 바로 앞서 출전한 아사다 마오(일본)가 시즌 최고점을 세우며 기세를 올리자 긴장한 표정을 지었던 김연아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며 안정시킨 것도 오서 코치였다.

세계적인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코치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윌슨은 사샤 코헨(미국)과 조애니 로셰트(캐나다)를 비롯해 에밀리 휴즈, 앨리샤 시즈니(이상 미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안무를 담당해온 베테랑이다.

시니어 무대에 진입하면서부터 김연아를 지도한 윌슨 코치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김연아의 장점을 짚어내 가장 어울리는 음악과 음악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안무 등을 만들어내 연기력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했다.

2007-2008 시즌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이었던 '박쥐 서곡', 2008-2009 시즌 프리스케이팅 '세헤라자데', 이번 시즌의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피아노협주곡 바장조' 등 팬들이 최고로 꼽는 명연기들이 모두 윌슨 코치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김연아와 함께 머물러 온 송재형 물리치료사 역시 어린 시절 부상에 시달리던 김연아가 부상 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꼼꼼히 건강을 관리했다.

주변의 든든한 지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식사 등 일상생활부터 연습까지 세밀한 것들을 모두 챙기며 김연아가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연맹은 지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2010 밴쿠버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대한체육회와 연맹 차원에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유망주를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매년 수천만원씩 김연아의 훈련을 지원해준 덕에 김연아는 오서와 윌슨 등 국제적인 코치를 만나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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