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1957년 만 5세부터 연기 시작
이렇게 추격전한 적은 없었어

160개 작품 중 기록 없는 70편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많이 해
온전히 내 영화라 할 수 없어

사냥 통해 가능성 넓혀놔 좋아
젊은 배우들 꿈·희망 됐으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함께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는 안성기 선배님을 막연하게 한국영화의 산 증인으로만 봤어요. 영화를 하고 나선 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지 느끼게 되고 더 많이 존경하게 됐죠.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은 괜히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옆에서 몸소 보고 체험하니까 좀 더 많이 반성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 같아요.” - 배우 한예리 인터뷰 中 -

“안성기 선배님을 발로 차는 장면을 찍기 전에 두 번, 세 번 연습을 했죠. 잘못하다가 밟을 수도 있으니까 많이 긴장하고 연습한 거죠. 근데 안 선배님 배에 다치지 말라고 댄 소품이 연습 때보다 얇은 거예요. 그래서 ‘컷’하고 너무 얇다고 하니까 안성기 선배님이 ‘너무 티가 나는 것 같아서 내가 댔어. 너무 티가 나는 것은 거짓말이야’라고 말씀하셨죠. 그 모습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 배우 조진웅 인터뷰 中 -

배우 안성기를 수식하는 표현은 많지만 그를 제일 잘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국민 배우’가 아닐까 싶다. 한번 그와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입을 모아 ‘귀감이 되는 선배님’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후배 연기자들을 통해 듣는 배우 안성기의 진면목은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배우의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7년 만 5세부터 연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꾸준히 스크린에 얼굴을 비치는 안성기. 인터뷰를 통해 들은 안성기의 59년 연기인생과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에 대한 이야기를 그가 직접 말 하듯이 구성했다.

▲ 안성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 당연히 애착이 가지. 이 연령대에 액션 영화의 주인공을 하는 게 어디 쉽나. 김한민 감독이 각색·제작을 맡아서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이런 기획하기가 쉽지 않거든.

영화를 보고 나니까 신나는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지. 신났던 건 지금까지 해온 영화 중에서 가장 액션이 있는 영화라는 거야. 앞으로 좋은 배우로서의 파란불이 켜진 것이 아닌가 싶어. 더 과격한 격투, 액션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생각해.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여러 영화를 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지.

아쉬운 점은 ‘저런 데서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하는 것이야. 예를 들어 기성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상처를 많이 가진 사람인데 그런 감정선을 쭉 가지고 간 거야.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더 폭발력 있게 할 때는 감정적인 부분을 잊고 했으면 시원하지 않았을까 싶어. 계속 그 얼굴에 아픔을 갖고 있으니 어떤 부분에서는 아쉽더라고.

이번 영화 ‘사냥’에선 아널드 슈왈제네거가 됐는지도 모르겠네. 총을 람보처럼 ‘다다다다다’하고 쐈거든. 덕분에 기자들에게 ‘람보’라는 별명을 듣게 됐지(웃음). 액션을 소화한 비법은 40년 동안 계속 운동을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성인이 되고 배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쭉 운동을 해왔어.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아널드 슈왈제네거처럼 몸이 우락부락하진 않지만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몸이 됐지.

영화에서 사격하는 장면이 많아서 클레이 사격장을 3번 갔었어. 그런데 현장은 또 다르더라고. 공포탄을 터뜨리는 것도 소리가 크더라고. 내가 엽사에게 빼앗아서 쏘는 총소리가 다른 소리를 다 제압했어. 묘한 쾌감이 느껴졌지.

NG가 굉장히 많이 났어. ‘철커덕, 빵’해야 하는데 ‘철커덕, 떡’하고 걸리거나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하다가 끝나는 거야. 그런 장면만 모아놔도 엄청 많겠지.

총 쏘는 것보다 총을 쏘면 파편이 튀어서 다치는 거야. 나무껍질을 파서 화약 넣고 터트리는데 눈앞에서 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미리 서로 약속하고 터트려. 이번엔 그래도 괜찮았는데 ‘실미도’ 찍을 때 “비겁한 변명입니다”하고 ‘빠바바박’ 쏘잖아. 그 장면은 뒤에 전부 화약을 심어서 한꺼번에 다 터트리는 거였어. 터질 때 바늘같이 쏘는데 아팠어. 화약을 너무 많이 넣어서 정말 아팠어.

▲ 안성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했지만 이렇게 추격전을 한 적은 없었지. 160개의 작품 중 70개 작품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 요즘 사람은 아무도 몰라. 시나리오나 광고를 조사해서 70개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 필름이 한 20개 남았나. 그때는 보존상태가 안 좋았으니까. 그리고 주연으로는 몇 편이 안 되고 조연으로 많이 했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개구쟁이로 나오고…. 지금 생각하는 70편은 온전히 내 영화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아.

59년째 연기하고 있다는 게 여러분들도 실감이 안 나는 것처럼 나도 그래. 내년이 60년인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연기경력 제일 오래된 사람이 될 것 같아(웃음). 오래 했다는 게 큰 자랑거리는 아니지마는 아직 작품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행복하고, 고마워. 이번 사냥에서는 가능성을 더 넓혀놔서 기분이 좋아.그간 해본 역도 있지만 아직 안 해본 것도 아주 많아. 느낌으로 보면 만나는 배역은 늘 새로운 인물이지. 나이를 먹어가니까 세상을 보는 시각이 그때마다 달라지잖아. 그 인물에 대한 해석도 조금씩 다른 거지.

배우들의 연기 정년이 늘어난 셈이잖아. 선배님 중에 계속 연기하시는 분이 없단 말이야. 어쩌다가 한편하시고 하니까 (이번 영화는 나이든 배우가) 계속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 이렇게 가니까 뒤에서도 이렇게 오겠지. 젊은 배우들의 꿈과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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