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가계 빚 243조↑
비은행권 가계대출 16조↑
풍선효과에 가계 체질 악화
금리인상 시 집단부실 우려
빚 못 갚는 한계가구 134만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갈 곳 잃은 돈이 금융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금융권은 넘쳐나는 돈을 주채 못해 싼 이자를 무기로 돈을 풀고 있다. 매년 100만명 이상의 청년이 새로 빚을 지고, 전세난과 월세 전환에 부담을 느낀 2030세대가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250만 가구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돌파했고, 이 중 상당수가 생계형 대출이다. 이자를 갚고 나면 생활이 어려워져 또다시 돈을 빌리고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이 빚을 진 ‘빚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빚 키운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 들어 3년간 늘어난 가계 빚은 243조원에 달한다. 2013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5.7%였으나 2014년 6.5%, 2015년 10.9%로 급증했다. 저금리 정책에 대출규제를 완화하면서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결과이다.

정부는 2014년 8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도 아래 위축된 경기를 살리고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금융 규제를 풀었다. 이와 함께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올해 6월 사상 최저치인 연 1.25%까지 떨어뜨렸다. 부동산을 담보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내수와 소비의 활성화로 불황을 벗어나겠다는 의도였다.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13년 3.4%에서 2014년 11.1%, 지난해 9.9% 등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 2012년 241조 2000억원이던 은행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총잔액은 2013년 242조 2000억원, 2014년 252조 1000억원, 지난해 262조 3000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 건수는 8.1% 늘어난 360만 9000건에 달했다.

이렇게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거나 가계가 ‘소득절벽’에 빠진다면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불러온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붕괴가 원인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주택담보대출상품으로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저금리 상황과 주택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다 2004년부터 금리가 오르자 저소득층은 이자 부담에 시달렸고, 결국 연체율이 16%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가계 부실화는 물론 많은 금융회사가 자금난에 빠져 무너졌다.

▲ (제공: 연합뉴스)

◆가계 빚 13년째 신흥국 1위… 칼 빼든 금융당국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4%로 13년째 신흥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62년 1.9%였던 가계대출 비율은 2000년 50%, 2002년엔 62.5%를 기록하며 급상승했다. 올해 전체 가계부채 규모는 3월 말 현재 1223조원으로 국민 1인당 237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현재 예금보다 빚이 많은 한계가구는 전체 금융부채 보유 1072만 가구의 12.5%에 해당하는 134만 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4만 가구 늘어난 것으로, 이들의 금융부채는 전체의 29.1%를 차지한다.

돈을 벌어 부채를 갚기 힘든 부실위험가구는 111만 가구에 달했다. 가계가 처분할 수 있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5.6%로 6개월 전(140.7%)보다 4.9%p 올랐다. 100만원 버는 가계는 빚 갚는 데만 37만원을 쓰고 있는 셈이다.

가계대출 규모가 치솟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은행 주택담보대출 시 소득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돈을 빌려주고 원금을 나눠 갚아 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취지다. 실제로 지난 2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된 후 가계대출 증가세는 완만하게 꺾였다. 그러나 깐깐해진 은행권을 피해 수요자들이 규제가 낮은 제2금융권을 찾기 시작하면서 부채의 질은 더 악화됐다.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589조 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나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의 2배에 육박한다. 특히 심사강화 대상에서 제외된 아파트 집단대출이 급증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정부는 5월부터 비수도권 대출 심사를 강화한 데 이어 7월부터는 집단대출과 보험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며 대출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제2금융권 대출과 집단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고정금리·분할상환 중심으로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개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다부채가구나 저소득가구 등을 중심으로 부채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 등 가계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경기활성화를 통한 가계 소득 증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로 제2·3금융기관의 고금리 대출이 늘어나면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들이 채무부실화로 인해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계부채 대책 없이는 내수 진작 등 경기 활성화는 어렵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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