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은정 대표가 면 생리대 샘플을 바느질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달이슬 옥은정 대표 인터뷰

‘달이슬(Moon Dew)’은 ‘달마다 찾아오는 생명 탄생의 징조’ 의미
대학 졸업 후 패턴사 일하던 중 잦은 야근으로 찾아온 자궁경부염
하혈로 인해 일회용 생리대 오래 쓰다보니 짓무름·가려움증 심해져
의사 권유로 면 생리대 사용하자 증상뿐 아니라 생리통도 줄어들어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일회용 때문에 너를 오해했었어, 그동안 미안했다… ” 이는 면 생리대 판매업체 달이슬의 온라인몰 사용 후기에 올라온 내용 중 일부분이다.

‘달이슬(Moon Dew)’은 옥은정 대표가 고민 끝에 지은 이름이다. 임부가 출산이 가까워지면 자궁이 열리고 피가 섞인 분비물이 비치는데 이를 ‘이슬’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달이슬은 ‘달마다 찾아오는 생명 탄생의 징조’라는 뜻이다. 월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월경이 여성만이 가진 위대함임을 알리고자 했던 그의 바람이 녹아 있는 이름이다.

다도와 요가를 즐기고, 대부분의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옥 대표의 자연친화적인 삶의 모습은 면 생리대를 사용함으로써 여성은 물론, 환경까지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잇닿아 있다.

옥 대표가 면 생리대를 만들게 된 데는 무엇보다 가족의 영향이 컸다. 부모님은 옷 공장을 운영하셨고, 옥 대표는 1남 3녀 중 장녀였다. 15여년 전 어느 날, 어머니와 딸 셋이 동시에 생리를 하게 되자 딸 부자 아버지의 단호한 주문이 떨어졌다. “생리대를 그렇게 사다 날라도 항상 부족하다고 하니 감당이 안 된다. 면 잘라 줄 테니 이제부터 그걸로 써!”

옥 대표는 “그 때 아버지는 모르셨을 거예요. 몇 년 뒤 본격적으로 면 생리대를 만들게 될지… ”라며 웃어 보였다.

어릴 때부터 천, 가위, 실, 단추 등을 가지고 장난감을 만들어 놀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자연스럽게 패션디자인과에 진학했다. 특히 패턴(옷 본)을 개발하는 데 소질이 있었던 그는 졸업 후 수출 의류업체에 패턴사로 취업했다. 일도 재미있었고 적성에도 잘 맞았지만, 많은 업무량과 연속된 야근으로 결국 몸에 무리가 왔다. 갑자기 시작된 하혈. 원인은 자궁경부염 때문이었다. 그는 3개월 내내 이어진 하혈로 일회용 생리대를 장기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피부는 짓무르고 가려움증도 심해졌다. 그 때 산부인과 의사의 권유로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피부 짓무름과 가려움이 사라진 것은 물론, 생리통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는 “석 달 정도 지나자 생리도 정상적으로 시작돼 일회용 생리대를 다시 사용했지만, 차이가 확연히 느껴져 다시 면 생리대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 카페 등에 올렸고, 주변으로부터 직접 만들어 팔아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듣게 됐다. 그는 “당시 나와 있던 도안으로 만든 면 생리대는 몸에 잘 맞지 않고 불편해 패턴사 경험을 십분 살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만들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면 생리대 샘플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달이슬 면 생리대’ 카페를 개설해 회원들에게 샘플을 보내 후기를 받고, 그 후기를 토대로 샘플을 수정·보완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만큼 옥 대표 아버지의 고민도 깊어졌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면 생리대를 좀 더 편안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그에 따르면 아버지는 직접 만든 면 생리대 샘플을 착용해보기도 하고, 손가락에 피를 내 묻혀보기도 했다. 30년 가까이 옷을 만들어 오면서 몸에 배인 남다른 꼼꼼함은 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됐고, 고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옥 대표의 아버지는 배를 타고 고향 거제도로 들어가던 중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를 생각해냈다. 배에서 작은 섬들과 출렁거리는 파도, 날아가는 갈매기를 보며 문득 ‘일체형 면 생리대’ 모양을 떠올린 것이다. 이후 여러 번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지금의 달이슬 면 생리대(일체형)가 만들어졌다. 이전까지는 고정 패드(방수천)에 흡수천를 끼워 쓰는 ‘패드형’이 대부분이었다. 이와 달리 일체형은 패드와 흡수천을 하나로 합친 형태로, 입체 날개 패턴이 옆샘을 막아주는 게 특징이다. 생리 양이 많은 날에는 흡수패드를 끼워 쓸 수도 있다. 해당 디자인은 특허청에서 디자인 의장 등록도 받았다.

▲ 달이슬 천염염색 면 생리대 ⓒ천지일보(뉴스천지)

달이슬 면 생리대는 주문 생산한 100% 국산 순면을 기모 가공해 만든다. 이렇게 하면 면 그대로를 사용하는 것보다 분비물 흡수는 잘 되고 역류는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우선 순면을 여러 차례 삶아 면 속에 남아있는 불순물을 제거한 뒤, 재단 및 봉제를 거쳐 천연염색을 한다. 천연염색은 숯과 황토 2가지로 나뉜다. 때문에 화려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 색감이지만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간다.

또한 비닐이 아닌 면 코팅 방수천을 사용해 통기성이 뛰어나다는 게 옥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사용 후기를 보면 ‘일회용을 사용했을 때보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고 한다.

모든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의약외품 인증을 받았으며, 한국의류시험연구원으로부터는 소취성(탈취 효과, 98%), 향균성(99.9%) 등의 기능성도 검증받았다.

옥 대표는 그간 달이슬을 운영해오면서 간간이 국내 고아원, 탈북자여성센터, 캄보디아 고아원 등에 면 생리대를 후원해왔다. 최근에는 생리대 가격이 부담스러워 깔창·휴지 등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10대 소녀들의 사연을 접한 후, 오랜 거래처인 천연비누공방 ‘크린앤솝’과 함께 면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불특정 다수가 아닌 면 생리대를 사용할 환경(세탁, 건조 등)이 되고,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 각자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보내고 있다.

옥 대표는 “면 생리대를 사용해본 여성들이 그동안 귀찮고 불쾌하게만 여겼던 월경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귀하게 여겨야겠다고 마음먹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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