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채민 스마트폰 사진작가가 지난달 30일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 찍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관찰력 키우면 스마트폰으로도 좋은 사진 찍을 수 있어”
“음악 듣다보면 이미지도 다르게 다가와 찰칵, 온기 담겨”
“언제든지 사물에 가까이 가서 찍을 수 있고 가벼워”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똑딱이와 DSLR이 지배하던 카메라 시장. 이제는 스마트폰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 전시회나 공모전, 강좌도 생겨났다. 또 유명 사진작가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작품이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진작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등장했다. 닉네임 ‘난다채민’으로 잘 알려진 블로거이자 포토그래퍼 신채민(38)씨도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스마트폰 카메라는 제2의 인생을 열어준 고마운 친구이자 동반자”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신 작가에게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매력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어떻게 스마트폰 사진작가가 됐나.

20년 넘게 사진과 함께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방송국에 견학 갔다가 우연히 본 사진작가에 매료됐다. 연예인을 손짓 하나로 움직이는 모습이 내 눈에 클로즈업되더라. 이후 고등학교, 대학, 대학원에서 줄곧 사진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상업사진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다가 블로그도 운영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법 등 사진과 관련된 강의를 하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강의한다.

-스마트폰 사진작가, 아직은 생소하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그 기능을 다 알거나 활용하지는 못한다. 스마트폰도 비싼 기종은 100만원이 넘는다. 그런 기기가 내 손 안에 있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한다면 아깝지 않나. 언젠가 ‘스마트폰으로 못 찍는 사진은 DSLR로도 못 찍는다’라고 말한 적 있다. 꼭 그렇다기보다 기기가 사진을 찍는 데 1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사진 강의나 모임을 하면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무조건 DSLR부터 사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이 만났다. 그러나 자신이 찍는 사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나에게 있는 카메라는 어떤 성능이 있는지,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무엇인지, 사진에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 등을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스마트폰 사진 강의 대상과 반응은.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서 강의 의뢰가 많이 왔다. 이분들은 일하면서 무거운 DSLR을 가지고 다닐 수 없다. 그래서 작업하다가 언제든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농산물을 잘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스마트폰 카메라 강의를 한다고 하면 처음엔 ‘얼마나 잘 알려줄 건데’라는 분위기가 맴돈다. 그러나 강의 후 ‘스마트폰으로도 되겠네’ ‘사진에 관심이 생긴다’ 등의 반응이 나타나 뿌듯하다.

▲ 신채민 작가가 스마트폰으로 따뜻한 색감을 낼 수 있는 사진 찍기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신 작가에 따르면 스마트폰 카메라에 선글라스를 대면 포토샵 효과를 낼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스마트폰 카메라의 장점은.

일단 가볍다. 사물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집중이 훨씬 잘 된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노하우가 있다면.

나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연주곡을 듣는다. 듣다보면 음악에 흠뻑 빠지는데, 그때부터 세상이나 사물의 이미지가 좀 더 다르게 다가온다. 사진에 좀 더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DSLR급 사진이 가능한가.

렌즈의 제약 등으로 100% 원하는 이미지를 다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가능하다. 세밀한 것도 포착할 수 있다.

-스마트폰, DSLR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는 편애하는 것을 싫어한다. DSLR과 스마트폰 카메라 모두 장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2개를 같이 가지고 다닌다. DSLR도, 스마트폰도 기종마다 성능이 또 다르다. 이를 100% 쓰느냐, 못 쓰느냐는 개인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상을 찍는 게 목적이라면 어떤 카메라가 돼도 상관이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스마트폰 제조사에서도 기술투자 대부분을 카메라에 집중하고 있다. 계속 발전될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앞으로는 무조건 ‘스마트폰이라서 사진이 잘 안 나와’라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못할 것 같다.

―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한 일상의 큰 변화는.

일상 카테고리에 해시태그(#)가 생긴 게 스마트폰의 가장 큰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매일 업그레이드 한다. 예전에는 느낌보다 예쁜 사진 한 장 찍어 오랫동안 우려먹지 않았나. 아무래도 대중에게 카메라가 쉬워지고 찍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 가능성은.

DSLR까지는 아니더라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발전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작업을 충분히 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고, DSLR과 혼합해서 작업하는 사람도 생길 것 같다. 필요에 따라 어쩔 땐 스마트폰, 어쩔 땐 DSLR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사진을 찍는 데 필요한 자세는.

사물을 찍을 때 살아있다고 먼저 느껴보자. 누구나 찍는 똑같은 사진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더 관찰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찍으면 아무 느낌 없는 사진이 나온다. 컵을 보더라도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어디가 괜찮은지, 단점이 있다면 강점을 어떻게 부각해 찍을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원하는 이미지에 가깝게 찍을 수 있다. 그리고 먼저 사진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 재미를 느낀 뒤 필요에 따라 기종은 바꾸거나 보완하면 된다. 카메라를 예로 들자면 렌즈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쉽게 얻게 해준다. 그러나 다양한 렌즈가 없더라도 부족한 상태에서 내가 가진 장비로 최선을 다해보는 것도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나도 공부하던 시절에 쓴 렌즈를 최근까지 사용했다.

▲ 반려동물문화컨텐츠연구소 ‘사이조아’는 신채민 사진작가가 사진을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강아지포토클래스 ‘이쁘개찍개’를 비롯해 강아지 용품 등을 판매하고 공유한다. 사이조아 대표인 이승재씨(오른쪽)가 신채민 작가의 반려견을 넣은 어부바가방을 메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사진 찍는 게 늘 재미있었나.

회의감이 들어 사진을 쉰 적도 있다. 그땐 그냥 포토그래퍼였다.

-그냥 포토그래퍼였다는 게 어떤 말인가.

테크닉으로만 찍는 사진장이였다. 졸업 후 상업 포토그래퍼로 열심히 살아왔다. 약속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카메라를 항상 2대씩 가지고 다녔다. 나에게 사진을 의뢰한 사람의 행사를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이 두 가지는 철저히 지켜왔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회의감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일하는 동안 출사를 간다던지, 나만의 힐링을 위해 찍은 사진이 없었던 거다. 사진을 잠시 내려놓고 아로마테라피 등 여러 가지 다른 분야를 접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는가.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지 않나. 이미 나는 사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데 나에게 있는 보물은 등한시하고 새로운 것에 다시 1만 시간을 왜 다시 투자하려고 할까.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이전과 다르게 사진을 대했다. 의도적으로 노력한 것은 아니지만 온기를 넣은 사진을 위해, 내 자신이 힐링할 수 있는 사진을 위해 좀 더 내가 원하는 도구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렇게 해서 번개 사진이 처음 나왔다. 1년을 기다리고 밤이 되기를 기다려 찍은 번개 사진은 두고두고 보는 나만의 힐링 사진이다. 비와 어둠, 모기와 사투를 벌인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중 기억에 남는 사진은.

스마트폰 접사 렌즈로 찍은 저수지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번개 사진을 찍을 때처럼 무모했다. 원래 겁이 많은데 사진작업을 할 땐 그렇지 않다. 주변에서도 놀란다. 당시 칼바람이 불었고, 수만평 되는 저수지에 혼자 갔다. 얼음을 두드려가며 발을 조심스럽게 옮기다가 한 곳이 눈에 들어 왔다.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다 그대로 얼음이 된 모습이 꼭 요정처럼 아름다웠다. 겉에서 보면 그냥 얼어있는 저수지이지만 피사체에 다가가니까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도 작품사진을 얼마든지 건질 수 있다.

-스마트폰에 사진은 많은데 활용이 어렵다.

그게 스마트폰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인데 디지털로 바뀌면서 스마트폰 안에서, 하드디스크 안에서 빛을 못 보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라도 인화하는 게 중요하다. 또 한 가지는 SNS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기만족감이 들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칭찬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면 사진에도 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올해 계획은.

내가 연구하고 알게 된 사진 기능을 알려드리기 위한 클래스들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는 제품사진클래스를 기획하고 있다. 요즘 1인 기업이나 쇼핑몰 운영자가 많다. 어떻게 하면 제품을 잘 찍을 수 있는지 등을 알려드릴 계획이다. 이후 음식과 동물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스마트폰으로만 아닌 DSLR도 함께 사용하는 강좌가 될 것 같다. 그러면서 서로 보완해야 할 팁들도 알려드릴 것이다. 또 내가 사진을 통해 힐링한 것처럼 사진으로 누군가를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 미술심리치료 공부도 하고 있다. 어쨌든 카메라로든, 스마트폰으로든 사람들과 소통하느라 바쁜 한 해를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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