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손예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데뷔 때 청순하고 예쁜 이미지
‘작업의 정석’ 이후 많이 깼다
연홍, 능동적이고 용기 있는 엄마

감정의 변화 점층적이지 않아
울어야 할 때 갑자기 화내기도
혼란스러웠지만 재미있었다

긴 신 많아 정신·육체적으로 지쳐
짬 날 땐 음식 먹고 농담도 하면서
집중력 떨어지지 않도록 분배

후배들 롤모델로 꼽아 준 것 신기
나도 선배들 보며 꿈을 꿨듯이
깊이 있는 연기 보여주고 싶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00년대 청순가련, 멜로, 첫사랑 영화의 여주인공하면 떠오르는 여배우는 손예진이었다. 2016년 그에게 변신의 귀재, 걸크러쉬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 2월 영화 ‘나쁜놈은 죽는다’를 거쳐 이번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오는 8월 개봉할 ‘덕혜옹주’까지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손예진을 만나 ‘비밀은 없다’에 대해 들어봤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비밀은 없다’는 국회 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분)’에게 닥친 선거기간 15일간의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던 정치인의 아내 연홍은 하나뿐이 딸이 선거 15일 전 실종되자 딸을 찾기 위해 홀로 추적에 나선다. 손예진은 딸을 찾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과 부딪히며 점점 변해가는 연홍으로 완벽히 분했다. 그는 극한의 감정, 극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의심과 분노, 광기를 넘나드는 감정 연기를 열연했다.

“연홍 역은 한 번도 제가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적인 접근도 기존과는 아주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죠. 이번 영화 역시 저한테 큰 도전이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사랑스러움이나 여성적인 여우같은 매력을 강조했어요. 변신이긴 했지만 제가 엄청난 큰 연기적인 변신을 했을까는 모르겠네요.”

▲ 배우 손예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털털한 말투로 겸손하게 인터뷰에 임한 손예진은 연홍을 ‘굉장히 능동적이고 용기 있는 엄마’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를 찾는 엄마’라는 소재지만 연홍이라는 캐릭터가 접근하는 것이 (다른 영화와) 달랐다”며 “감정의 변화가 점층적으로 교과서처럼 이해가 되는 캐릭터는 아니다. 울어야 할 부분에서 느닷없이 소리를 지른다거나 화를 내는 부분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독특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제가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고 싶어서 준비해갔던 부분들이 현장에서 다 깨졌다”며 “찍으면서 대사도 바뀌는 부분이 많았다.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걱정스러운 연홍을 보여주고 싶은데 고래고래 악을 쓰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웃어야 하는데 운다거나…. 감독님이 생각하는 연홍은 달랐다”고 회상했다.

영화에서 평범하지 않은 연홍의 모습은 오히려 현실감이 느껴졌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맨정신이겠느냐는 관객들의 생각을 담아낸 것이다. 손예진은 “다른 식의 표현인 것이다. 감독님이 소리를 지르면서 대사를 하라고 했을 때 서로 접점을 맞추고 캐릭터를 완성해가는 게 혼란스러워도 재밌었다”며 “어느 지점부터는 제가 생각하는 연홍과 감독님이 생각하는 연홍이 비교적 비슷했다”고 말하며 흐뭇해했다.

“육체와 정신이 함께 힘들었어요. 비가 오면 비 맞고… 회차도 많아서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영화에는 (힘들었던 것을) 다 못 담은 것 같아요. 사실 배우들은 고생했던 장면이 편집되면 아쉽기도 하거든요(웃음).”

이처럼 ‘비밀은 없다’ 촬영 당시 손예진은 정신적 육체적 소모가 많았다. 그는 “긴 신들이 많았다.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서 감정을 잡으면서 같은 장면을 몇 개월 찍는다는 것은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다”며 “힘든 부분 찍기 전에 맛있는 음식 먹고, ‘컷’한 뒤 세트 바꿀 때는 스텝이랑 농담도 하고, 다시 들어가서는 순간에 집중했다. 오래 찍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분배하는 게 중요하다”고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공개했다.

▲ 배우 손예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조절해도 힘들거든요. 감정이 안 나올 때도 있잖아요. 억지로 내다보면 진이 빠지기도 해요. 스스로 힘들고 괴로울 때도 잦았고, 어느 순간 힘든 연기를 한 뒤 희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찍는 동안은 미쳐 있었다고 보는 게 맞아요.”

영화 ‘작업의 정석’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무방비 도시’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상어’ ‘공범’ 등 멜로 이외에 다른 장르의 영화가 이름을 올렸다. 손예진은 “데뷔할 당시 멜로 이미지의 청순하고 예쁜 캐릭터가 많았다. 어떻게 보면 그런 이미지를 가져갈 수도 있었지만 ‘작업의 정석’을 하게 되면서 많이 깼다”며 “‘작업의 정석’을 계기로 많이 열렸고 작품을 선택하는 폭도 다양해졌다. 그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변신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앞으로 이런 배우가 돼야 하겠다’ ‘10년을 봤을 때 이렇게 되자’ 이런 계획은 없다”며 “그때 당시 시나리오에서 전작이랑 비슷한 걸 고르진 않는다. 그건 답습하는 것 같아서 저도 재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까 안 해본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하는 의식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배들이 롤모델로 꼽는 걸 보면 신기하죠. 저도 선배님들을 보고 꿈을 꿔왔고, 그런 선배님들의 나이가 돼서 선배님들처럼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아직 그런 연기를 보여주는 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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