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백하나 기자] 한국을 매료시킨 영화 ‘아바타’가 국내 상영 1위작인 ‘괴물(2006)’의 흥행 기록마저 삼킬 기세다. 아바타는 전국 3D 상영관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4D 상영관 표도 연일 매진시키고 있다. 이러다간 1위와 50만 관객 차이도 거뜬히 넘을 듯싶다.

이례적으로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한국에 4D 상영을 허락하기도 했는데, 이는 3D영화에 대한 한국의 높은 관심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3D에 대한 세간의 떠들썩한 관심과는 달리 3D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1833년 영국의 찰스 위트스톤(Charles Wheatstone)이 두 개의 그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입체경을 제작한 것이 입체영화의 시초. 이것을 시작으로 1905년 흑백 입체영화 ‘나이아가라 폭포’가 만들어졌고, 최초의 칼라입체 영화 뉴욕 월드 페어, 스타워즈, 치킨 런 등 입체영화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3D 원리는 사실 매우 간단하다. 사람의 눈은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이 약 6.5cm 떨어져 있어서 보는 것이 약간 차이가 나는데 이 작은 차이를 뇌가 해석해서 입체감을 느끼는 것이 3D의 원리다.

3D 입체영화는 인간의 눈을 모방해 이안식 렌즈로 촬영한다. 이때 각각 촬영된 두 영상을 합쳐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입체 안경. 입체감은 인간이 지각하는 입체감과 얼마나 근접하게 표현해 내는가가 관건이므로 이 같은 인적 요소(human factor)는 3D영화 제작 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기존부터 존재했던 3D가 2010년에 들어서 아바타를 통해 대유행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입체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A&3D 이상룡 대표는 “아바타가 입체영화를 잘 만들어서라기보다 시기를 잘 만났고 감독의 연출력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입체기술로만 치면 국내에도 아바타보다 잘 만든 3D영화가 더 많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기술 사업부 김용정 프로젝트 매니저도 “아바타가 3D여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직접적으론 아바타의 화려한 영상미와 스토리 등이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아바타의 기막힌 연출에 입체영상이야 조미료 정도밖에 안 됐단 얘기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이 같은 연출력은 3시간이나 되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용산 CGV 4D상영관에서 아바타를 관람한 홍기민(28, 여) 씨는 “소문 듣고 왔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놀랐다”며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관람객 김세훈(28, 남) 씨도 “3D를 오랫동안 보면 어지럼증이 있다고 들었는데 처음에만 어지럽고 이후에는 별다른 불편 없이 영화에 빠져들어 보았다”고 전했다.

장시간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흥행 성공의 결정적 요소이지만, 인위적으로 입체환경을 만들고 3시간 동안 시신경을 자극하는 입체감은 뇌에 많은 부담을 준다.

밝은안과 김광배 본부장(강원도 원주시)은 “사람의 눈이 자연스럽게 입체를 지각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지각하다보면 본래 맺혀질 상이 뒤로 밀려나 혼란시(混亂視)가 발생한다”며 “이런 증상은 복시 증상을 유발하고 눈이 아프거나 어지럼증 등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이러한 입체영화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감정과 스토리에 집중해야 할 신에서는 Z축(공간의 앞뒤) 레이어 활용을 최소화하고 주인공들의 얼굴 감정표현을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배우들의 얼굴에 마커(maker)를 부탁하고 헬멧에 달린 초소형 카메라로 안면근육과 눈동자를 담는 이모션 캡처(Emotion capture) 기술은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을 나타내는 데 유용했다.

이외에도 제작진은 실사와 C·G 간의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카메라에 실시간 합성장면을 볼 수 있도록 버추얼(virtual)·시뮬(simul) 카메라를 사용했다. 이 장비는 그래픽 화면과 실사 사이 이질감을 극복해 촬영 후 합성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뛰어넘은 획기적인 과학기술로 평가받았다.

한국의 아바타 언제쯤 가능할까

지난 2일 입체영화 대토론회가 열렸다. 세간의 관심을 드러내듯 이날은 영화계, 학계, 중소기업 대표들이 모여 입체영화의 미래와 한국영화의 가능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국내 입체영화 기술의 현주소’란 주제의 발제에서 ETRI 정일권 팀장은 한국이 외국의 기술을 따라잡기까지 이모션 캡처 기술은 1년, 버추얼·시뮬 카메라 기술은 3년으로 전망하면서도 시각효과(VFX)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낙관했다.

3D의 미래를 논하는 토론자들은 한국영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관객들의 눈이 아바타 때문에(?) 너무 높아져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서 영화진흥위원회 김용정 매니저는 “외국도 10년 이상 걸려 3D를 제작하는 만큼 한국의 아바타와 같은 영화를 기대한다면 서두르지 말고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3D를 마법처럼 여기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