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했던 삶,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중국 길림성 장백현에서 피살된 한충렬 목사에 대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온갖 추측설이 난무한 가운데 장백교회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교회 측은 한 목사의 피살로 인한 충격으로 어려운 처지임에도 대북관계와 관련짓는 보도가 쏟아지자 이에 대한 불쾌감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나섰다.

장백교회는 5일 성명을 통해 한 목사에 대해 “당국에서 여러 번 조선 주민에 대한 접촉과 도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에도 중국 정부를 위해서나 장백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나 교회가 앞장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더 유리하다며 그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왔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그러기에 국경 이탈자들의 음식과 의복을 제공할 뿐 단 한 번도 저들의 탈북을 도운 적이 없으며 도리어 저들을 설득해 조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라고 권면했고, 돌려보낼 때 단 한 번도 빈손으로 돌려보낸 적이 없다”며 한 목사의 일관됐었던 선교 활동에 대해 밝혔다.

이들은 “한국의 일부 매체들이 장백교회의 어려움을 이용해 없는 말을 만들고 없는 사건을 만들어 모욕함을 참을 수 없다”며 “교회적 사명을 지키기 위해 순수하게 살아왔을 뿐임에도 정치적으로 이용함을 용서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이들은 “장백교회와 한충렬 목사를 모독하는 이러한 행동을 중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북한은 대외 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 성명을 내고 “또다시 꺼내든 상투적 수법”이라며 박근혜 정부와 언론 매체들을 맹비난했다. 한충렬 목사의 피살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는 데 대한 분노다. 이들은 “장백교회의 목사가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괴뢰당국은 또 다시 상투적인 북소행설을 떠들어댔다”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매체들도 북관련성이라는 모략 여론 류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측은 “실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궤변이고 또 하나의 반공화국모략소동이 아닐 수 없다”고 관련성 여부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박근혜 정부를 맹비난했다.

한충렬 목사는 지난달 30일 중국 길림성 장백조선족자치현 인근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후 주요 매체를 중심으로 북한 관련성을 언급한 보도가 쏟아졌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에 공문을 발송해 선교사들에게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이 집단 탈북한 이후 북한이 보복 수단으로 중국에 체류 중인 국내 선교사를 납치 테러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북중 접경지역에 대한 방문과 선교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난 4일 기독교시민단체 ‘선민네트워크’와 탈북동포회 등은 “중국정부가 북한독재정권에 의해 살해된 중국 조선족 한충렬 목사 피살사건을 엄중수사하고 북한인권운동가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중국대사관 앞에서 갖기도 했다.

한편 한충렬 목사는 1993년 장백교회를 설립해 23년 동안 교회를 맡아왔다. 한 목사가 사망한 지 6일이 지났지만 아직 사망경위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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