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진승은 하남 양성 출신으로 자를 섭(涉)이라 했다. 오광 역시 하남 양하 출신으로 자는 숙이었다. 
진승은 젊었을 때 남의 집에서 머슴을 살았다. 어느 날 주인집 밭에서 일을 하다가 밭둑에 나와서 잠시 쉬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는 일에 진저리가 나서 한숨을 쉬며 뇌까렸다. 

“아무리 출세하더라도 옛 친구는 잊지 않도록 해야지.”

그 말을 들은 옆에 있던 일군이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 소리 그만 좀 해. 머슴 사는 주제에 출세를 한다고?”

그러자 진승이 말했다.

“참새가 어찌 홍곡의 큰 뜻을 헤아리겠느냐?”

호해 황제 원년 7월 평소에는 부역에서 제외됐던 가난한 사람까지도 동원돼 멀리 북쪽의 어양으로 가던 도중 대택향이라는 곳에서 묵고 있을 때 큰 비가 왔다. 그 무리에는 진승과 오광도 끼어 있었다. 진승과 오광은 분대장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큰비로 길이 물에 잠겨 행군이 중단되고 약속 기일 내에 어양에 도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고 말았다. 기일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모두 목이 날아갈 형편이었다. 진승과 오광은 자신들의 처지를 깨닫고 각오를 굳혔다. 

“도망쳐 봐야 머지않아 잡혀서 죽는다. 반란을 일으켜 봤자 역시 뻔하다. 이왕 죽을 마당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힐 만한 짓을 한 번 저질러보고 죽는 게 어떻겠나?”

진승이 오광에게 의견을 말했다. 

“이 나라의 폭정을 모든 백성들이 원망하고 있다. 도대체가 호해 황제는 막내로서 제위에 오를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맏아들인 부소야말로 선제의 뒤를 이을 사람이었어. 부소는 선제에게 늘 간언을 했기 때문에 변경으로 쫓겨났다가 호해가 즉위하면서 흉계에 의해 무고한 죄명으로 죽었다는 것이야.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그가 아주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억울하게 죽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모양이야. 이런 일은 항연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도 초나라의 장수로 여러 번 전공을 세웠고 부하들도 몹시 사랑하였기 때문에 인기가 대단했었는데 진나라에 초나라가 멸망한 뒤로는 행방불명이 되어 죽었다고도 하고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도 하지. 우리가 만일 부소와 항연을 사칭해 여기 있는 무리들을 이끌고 봉기하면 천하의 백성들이 따라서 호응할 것이 아닌가.”

오광은 진성의 의견에 찬성했다. 

두 사람은 점쟁이를 찾아갔다. 그들의 야망을 눈치 차린 점쟁이가 말했다. 

“지금 모의하고 있는 일은 틀림없이 성공한다. 그러나 그것도 귀신의 뜻을 잘 섬겨야만 이룰 수 있을 것이요.” 

크게 용기를 얻은 두 사람은 ‘귀신의 뜻’이란 무슨 말일까 생각하다 ‘이건 귀신의 힘을 빌려서 사람들을 굴복하게 하라는 뜻’일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은 붉은 헝겊 조각에 ‘진승 왕’이란 글을 써서 어부의 그물에 잡힌 물고기 배 안에 슬쩍 넣어 두었다. 이 물고기를 어느 병사가 사갔다. 그는 요리를 하다가 고기 배 안에서 나온 붉은 헝겊을 보고 질겁을 했다. 더구나 헝겊에 쓰인 글귀는 실로 해괴한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진승과 오광은 또 계략을 꾸몄다. 야영하고 있는 근처 숲 속에 있는 사당 안에 오광이 몰래 들어가서 밤이 되면 도깨비불을 피우고 여우 소리를 흉내 내었다. 

초나라가 일어난다. 진승이 왕.
초나라가 일어난다. 진승이 왕. 

밤이 되면 여우의 소리는 되풀이 됐다. 그 소리를 들은 병사들은 밤새 잠을 못 이루다가 날이 새면 서로 모여 앉아 진승이 있는 쪽을 흘금 흘금 쳐다보며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오광은 평소에 동료를 돕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협조하겠다고 나서는 병사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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