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색 예복을 입은 집례자에 의해 부활선언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빛의 예전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26일 밤 11시 부활절을 1시간 남겨두고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서대문형무소 역사문화관 앞 야외 공터에서 ‘100년의 고난’을 주제로 부활선언예배를 드렸다. 예배는 27일 1시까지 진행됐다.

NCCK가 부활선언예배를 서대문형무소에서 개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지하묘지인 카타콤에 숨어서 예배를 드렸던 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예수의 제자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환란과 핍박 가운데서 생명을 걸고 복음을 지키며 순교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도들의 정신을 기억하며 근현대사 고난의 현장이었던 서대문형무소에서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부활의 그리스도를 맞이하자는 의도다.
 

▲ NCCK의 부활선언예배는 대형 태극기가 걸린 서대문형무소 건물 앞 야외 공터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부활의 새벽을 깨운다는 의미로 예배 시간도 26일 밤 11시부터 27일 새벽 1시까지 진행됐다. 이는 3세기 초대 교회 전통적인 예배의 시간을 적용한 것이다.

약 2000년 전 부활한 예수를 기리는 부활선언을 위한 빛의 예식과 함께 참석자들은 기도를 드렸다.

예배 말씀을 전한 대한기독교서회 서진한 목사는 ‘부활의 관계자’라는 주제로 “성서에는 살해를 당한 사람들에 대해 부활이 언급되고 있다”며 “이러한 부활이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불편한 질문을 품고 살고 있다. 이러한 질문을 안고 사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월호 사건을 통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애도하며 “주님의 품안에서 부활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영주 총무는 2016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세월호에 갇혀버린 우리의 이웃, 죽음의 문화 속에서 제일 먼저 죽어가는 어린 생명들, 전쟁의 위기로 먹구름이 드리워진 한반도, 절망과 상처가 삼켜버린 듯한 오늘의 세상에서 부활의 신앙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 성찬의 전례를 집례한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중앙에서 오른쪽)가 NCCK 김영주 총무(중앙에서 왼쪽) 등과 부활의 기쁨을 전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예배는 세례 받은 그리스도인들로서 빛과 소금이 되는 삶을 다시금 다짐하는 ‘세례 언약 갱신’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안에 한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아낸 성찬례식 등이 경건하게 진행됐다. 전체 예배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손달익(서문교회) 목사가 집례했다.

기장총회 최부옥 총회장은 세례언약의 갱신,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성찬집례, 기독교대한감리교회 신경하 전 감독회장은 축도를 맡았다. NCCK 여성위원장 이문숙 목사는 남북 교회가 공동으로 작성한 남북공동기도문을 낭독했다.

이 기도문에서 남북교회는 “남북의 동포들이 분단의 빗장을 풀고 두 날개로 힘껏 날아오르기를 원한다”며 “이 꿈이 이뤄지도록 남과 북의 교회는 미움과 분열이 있는 곳에 용서와 화해의 다리를 놓고, 불신과 대립이 있는 곳에 대화의 강이 흐르게 하고, 폭력과 파괴가 있는 곳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겠다”고 다짐했다.

▲ 예배를 진행하는 동안 작은 촛불이 하나씩 전달돼 참석자들이 초를 손에 쥐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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