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현대자동차는 제48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앞서 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의 계열사 과도한 겸직 등의 이유로 재선임을 반대하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사진은 주주총회 현장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기업지배구조硏 “정 부회장, 계열사 과도한 겸직, 충실의무 저해 가능성…
내부거래 공정위 지적받은 바, 사업기회 유용 위험 있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현대자동차 ‘제48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기이사(사내이사) 재선임과 이원희 사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이 의결됐다.

앞서 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서는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 권고를 했지만, 현장에서는 찬성 건의와 제청으로 안건이 그대로 통과됐다.

11일 오전 9시 현대자동차 서초구 본사 서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주총에서는 정 부회장을 2010년과 2013년에 이어 3번째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또 이원일 현대차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로는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각각 재선임됐다.

또한 보수 한도 안건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150억원으로 통과됐다. 현대차 이사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총9명이다.

아울러 제48기(2015년1월1일~12월31일) 재무제표 안건도 의결했다. 연결재무상태표의 제48기말 자산총계는 165조 3679억 4600만원, 부채총계는 98조 4865억 4500만원, 자본총계는 66조 8814억 100만원이다. 자산총계는 전기 대비 12.3% 증가했고, 부채총계는 16.4% 늘었다. 자본총계는 전기보다 6.8% 증가했다.

이날 의장으로 나선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중국 사업 확대로 부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윤 사장은 향후 현대차의 발전 방향에 대해 ▲501만대 판매 사업 목표 달성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국내외 성공적 안착 ▲아이오닉 필두로 친환경차 시장 선도 ▲EQ900을 시작으로 스마트카 기술 개발 등을 꼽았다.

◆지배구조硏, 정 부회장 재선임 반대 권고

앞서 이날 안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반대’ 권고를 낸 바 있다.

먼저, 제2호 의안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서 반대 권고를 했다. 이유는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이사 외에도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의 사내이사와 현대엔지비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GCG 측은 “과도한 겸직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2001년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관계사와의 거래를 통해 폭발적 성장을 이뤘는데, 이는 공정위로부터 부당지원행위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차 소액주주들은 정몽구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해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에 손해배상을 했다는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글로비스 설립을 직접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 등의 사업기회를 유용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CGCG는 이에 과도한 겸직으로 인한 충실의무 저해 가능성, 회사 사업기회 유용 위험 등을 이유로 정의선 후보의 선임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냈다.

이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2007년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고, 2008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정몽구 회장의 혐의 중 부실 계열사 현대강관의 유상증자를 위해 페이퍼컴퍼니인 오데마치 펀드를 이용해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의 자금을 횡령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현대차 국제금융팀 부장으로 있던 이원희 사장은 정몽구 회장 등과 공모한 것으로 판결문에 적시됐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이와 관련해 현대차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회사에 손해배상을 하도록 승소했다는 설명이다.

남성일 교수와 이유재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CGCG 측은 반대 권고를 했다.

남성일 교수와 이유재 교수는 지난 3년간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2014년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공사의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이사회는 한국전력공사 부지 입찰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일체의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했다. 당시 한전 부지 매입조건 결정은 이사회에도 불참한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이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성일 사외이사와 이유재 사외이사는 당시 매입결정에 찬성을 했다는 것.

CGCG 측은 “결국 ‘한전부지 고가 매입 논란’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시킨 사례로 비판 받았다”며 “이에 남성일 사외이사 후보는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한 결정에 찬성한 책임이 있으므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주장했다.

▲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했다. 당시 정의선 부회장이 현장에서 발표하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현대차, 기업지배구조헌장 선포

이날 주총에서는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기업활동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발표했다.

이는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한층 더 높여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주주와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의 균형 있는 권익증진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지난해 4월, 4인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독립기구 투명경영위원회를 출범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시 주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번 주총에서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실시한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해 주당 4000원을 배당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전년 대비 33.3%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이날 배포한 영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에는 탄탄한 내실과 기반을 다지는 해로 만들어가겠다”며 “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국내외에 안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차 EQ900. 이 차량에는 부분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됐다. 현대차는 향후 고급차뿐 아니라 스마트카에서도 기술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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