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과 새로운 사업기회 모색 등으로 공유경제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차량과 숙소를 공유하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공유경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대비해 생겨났다. 물품이나 서비스, 심지어 생산설비까지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는 것이다. 포브스 분석에 의하면 창업한 지 5년 된 우버의 기업가치는 680억 달러로 제너럴모터스와 포드를 넘어섰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도 255억 달러로 세계 1위 호텔체인 힐튼과 맞먹을 정도다. 세계 공유경제 시장규모도 2010년 8억 5000만 달러에서 2014년 10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2025년에는 335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논란, 기존 사업자와 갈등 등으로 시장 확대가 지연되고 있다. 한국에선 할 수 있는 것만 법령에 나열해 놓은 포지티브 방식 규제 탓에 대부분 공유 서비스는 불법이다. 현행 법령에 차량공유나 공유민박 같은 업종구분이 아예 없어 사업자 신고나 등록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공유경제를 우리나라의 새로운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법령을 정비하고 공유경제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고 지원책을 강화해 공유경제 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공유민박업’이란 새로운 업종을 신설해 주택 소유자가 단기적으로 숙박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숙박업으로 등록·신고하지 않고 주택을 빌려주면 불법이다. 대상도 농어촌민박업은 내·외국인 다 허용하고 있지만 도시민박업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공유민박업’은 도시의 주택도 연간 최대 120일 동안 내·외국인에게 민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부산, 강원, 제주 등 규제프리존에서 우선 도입 후 사업성과를 평가해 전국 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차량공유서비스도 활성화한다. 한국의 차량공유업체 ‘쏘카’와 ‘그린카’의 회원수는 2013년 16만명에서 지난해 255만명으로 2년 만에 16배 늘었다. 정부는 이런 흐름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들이 이용자들의 면허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면허 정보의 범위도 면허정지 여부·면허 종류까지 확대한다. 차량공유 업체가 실시간 면허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자동검증시스템을 구축한다. 차량공유서비스 시범도시를 지정해 차량공유 업체에 공영주차장 제공, 편도서비스 활성화 등 혜택을 부여하고 교통유발부담금과 같은 세금을 줄여 줄 계획이다. 다만 우버 택시는 당분간 합법화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분야 공유경제는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벤처 기업은  자금조달 기회를 확대해 주기 위해 대출형·기부형·보상형을 이미 도입한 데 이어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을 신설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시행한다. 

자원의 활용도를 높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큰 흐름이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이 정체기를 맞는 등 기존 주력 산업의 성장판이 닫히고, 새로운 산업은 싹트지 못해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는 우리 경제에 공유경제가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사업기회가 될 수 있다. 다소 늦었지만 정부가 앞으로 우리나라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모바일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유경제를 새로운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유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법·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규제완화와 지원책은 물론 기존 사업자와 이해충돌을 최소화하는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서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기업의 기초 체력도 키워야 한다. 또한 공유경제 확대가 비정규직 형태의 계약관계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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