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 한국디지털융합 진흥원장

 

지난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의 화두는‘4차 산업혁명’이었다. 기간 중 열린 300여개 세션 중 절반에 가까운 140여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세션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기술로 사람과 사물을 실시간 연결해주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다양한 기술 융합으로 기존 영역의 경계를 넘어 산업과 경제, 고용, 사회, 정부형태까지 모든 것이 바뀌는 혁명적 변화를 뜻한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증기기관 발명에 따른 산업화,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말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 시스템화,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끈 정보화물결이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나노기술, 빅데이터, 3D프린팅 등의 기술 발전과 융합으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은 변혁의 속도와 범위, 영향력 면에서 종전의 1~3차 혁명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크고 인류 미래와 삶을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을 만큼 커다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융합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유통비용을 낮춰 소득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모든 서비스와 연결되고,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의 수고와 사고 위험을 줄여줄 것이다. 3D프린터로 복사하듯 물건을 찍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은 재앙이 될 수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활용이 확산되면서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빅데이터, 컴퓨터, 수학 분야 등에서 21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도 약 500만개 일자리가 순감한다. 전문 지식과 서비스업종에 비해 대부분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단순 업무가 로봇과 기계로 대체되기 때문에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은 무궁무진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엄청난 위협도 병존한다. 과거 3차에 걸친 산업혁명기에 혁명의 본질을 이해하고 신속하게 대처한 국가는 선진국으로 진입했고 기업과 개인들은 번성했다. 그러지 못한 국가는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기업과 개인은 도태하거나 일자리를 잃고 경쟁에 뒤처졌다. 1, 2차 혁명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빈곤국으로 전락하고 나라도 잃은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3차 정보화혁명에 잘 대처한 덕분에 정보통신강국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진입했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 운명은 4차 혁명에 어떻게 대처하는 가에 달려있다. 4차 산업혁명을 향한 국가 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산업 인터넷’, 중국의 ‘제조 2025’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국가 전략을 수립해 대비해 왔다. 반면 우리는 아직 혁명의 주도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준비조차 부족하다. 스위스 UBS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평가 대상 139개국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나라 순위 25위를 기록했다. 순위가 높은 나라로는 경제사회적 안정과 기술혁신에서 앞선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 등이 꼽혔다. UBS는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를 가중 평균해 점수를 산출했다. UBS의 악셀 베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며 “노동개혁에 실패한 국가는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유연성에서 최하위인 83위에 그쳐 혁신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분석됐다. 

이제 우리도 21세기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4차 혁명에 대응할 종합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신속한 기술혁신과 융합을 위해 노동 구조와 교육 체제를 유연화하고 규제 수준을 글로벌화해야 한다. 교육개혁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 인력을 키워내고 노동개혁으로 노동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면서 노동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 계층 간 갈등과 사이버범죄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역기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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