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핵심기술 유출로 손실 우려" Vs 하이닉스 "재판서 진실 규명될 것"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이 미국계 반도체 장비업체를 거쳐 하이닉스반도체로 넘어갔다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두 업체 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검찰이 3일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미국계 반도체 장비업체인 AMK의 부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제작장비의 설치와 관리를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수시로 드나들며 확보한 자료를 삼성의 최대 경쟁사인 하이닉스에 넘겨줬다.

검찰은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작공정 관련 영업비밀 90여건이 빼돌려져 이 가운데 13건이 하이닉스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이 과정에 관여한 하이닉스 제조본부장 한모 전무를 구속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하이닉스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은 채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핵심기술이 해외 장비업체를 통해 유출됐고 해외 반도체업체로도 기술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어 국가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서 AMK로 유출된 기술 가운데 일부가 넘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수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닉스 설명에 따르면 장비업체를 매개로 삼성전자의 40나노급 낸드 플래시 공정 기술 정보 등을 얻은 시점은 지난해 5월이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인텔 및 ST마이크로의 합작사인 뉴모닉스와의 협력을 통해 구리를 이용한 40나노급 낸드 플래시 개발을 2008년 1월 끝냈고, 지난해 2월 양산에 들어갔다.

40나노급은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회로의 선폭이 4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수준이라는 뜻이다.

하이닉스는 이를 근거로 이번 사건은 일부 직원들이 참여하는 비공식 학습조직의 정보수집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재판단계에서 실체적 진실이 철저하고 균형 있게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문제의 기술이 하이닉스의 공정 개발과 양산 과정에서 활용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는 구리를 이용한 두 회사의 40나노급 낸드 플래시 기술은 작업조건과 세부 공정이 달라 기술을 직접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모두 올해 안으로 반도체 공정기술에서 40나노급을 넘어서 30나노급대로 진입할 예정이지만 기술 수준에선 삼성전자가 앞서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도 예상된다.

후발업체인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의도적으로 빼냈는지가 검찰 수사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기술자료를 입수한 경로를 보면 AMK가 장비 마케팅 차원에서 하이닉스의 사내 비공식 조직인 기술 스터디 그룹에 넘겨준 것으로 돼 있다.

하이닉스는 또 자사의 기술이 AMK에 유출된 점을 들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수사를 요청해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튈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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