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통해 6년간 90여건 `줄줄'
극비문서도 전달…검찰, 하이닉스 전무 등 18명 기소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6년 동안 협력업체를 거쳐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에 무더기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중희 부장검사)는 3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작기술과 영업 비밀을 빼내 하이닉스에 넘긴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반도체 장비업체 A사 부사장 곽모(47)씨와 A사 한국법인의 팀장 김모(41)씨를 구속기소하고 신모씨 등 이 업체 직원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영업비밀을 건네받은 하이닉스반도체 전무 한모(51)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삼성전자 과장 남모(37)씨 등 비밀 유출에 간여한 두 회사 직원 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기술을 유출하고서 A사로 옮긴 나모씨는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기술 유출을 주도한 곽씨는 김씨 등 직원과 짜고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제작공정 등을 담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95건을 빼돌려 13건을 하이닉스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작을 총괄하는 한씨는 A사를 비롯한 자사 협력업체 회의 등을 통해 모두 9건의 기밀을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사 직원들은 제작장비의 설치와 관리를 위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비밀 문서를 몰래 갖고 나오거나 친분이 있는 직원에게 구두로 정보를 캐는 방법으로 기밀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과장 남씨는 2008년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호텔에서 신씨를 만나 사내에서 극비로 분류된 D램과 낸드플래시 및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 등이 담긴 파일을 넘겨주기도 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ㆍLCD 장비 생산업체인 A사는 삼성전자ㆍ하이닉스와 모두 납품계약을 맺고 있으며 곽씨는 이 업체의 한국법인 대표이사로 있다가 본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A사가 빼돌린 영업비밀에는 반도체 제작공정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 계획과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 거래업체 정보 등 연구개발ㆍ영업 관련 비밀도 포함돼 있다.

80나노급 이하 D램 및 7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 공정 등 합법적으로 기술을 이전할 때도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가핵심기술'만도 모두 40건에 달한다.

이번 기술유출로 인해 삼성전자가 입은 직접적 피해는 수천억원으로 추정되지만,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가 줄면서 발생한 간접적 피해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경쟁사에는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지만, 협력 관계인 장비업체는 비밀에 쉽게 접근해 핵심기술을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협력업체를 통한 기술유출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휴대전화, 컴퓨터 등 비슷한 구조를 가진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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