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강이 나에게
이은희

 
저무는 시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왜 살아야 하는지를 물어보니
흐르는 강물이 내게 말했다
묻지 말고 흘러라
나처럼 그냥 흘러라

물고기가 와서 텀벙대고
사람들이 무심코 돌을 던져도
왜 그러냐
묻지 말고 흘러라
나처럼 그냥 흘러라

크고 작은 배가 지나가며
무거운 짐 싣고
일렁이며 물살을 갈라도
왜 그러냐
묻지 말고 흘러라
나처럼 그냥 흘러라

새가 날아와 집을 짓고 기대어도
낚시꾼의 날카로운 바늘이 찔러도
왜 그러냐
묻지 말고 흘러라
나처럼 그냥 흘러라

왜 그래야 되냐고도 묻지 마라
사는 건 그냥 흐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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