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오 전 시장 ‘험지 출마’ 지도부 요구 끝내 거부
박진 “명분·실리도 없는 출마… 총선 승리 역행”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이른바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아온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출마 지역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안 전 대법관은 서울 마포갑 출마를,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다. 두 거물급 인사의 출마지 발표에 따라 향후 서울 마포갑과 종로구가 이번 총선의 주요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들이 출마지로 택한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정세균 의원 등 쟁쟁한 경쟁자가 포진한 지역구다. 이들과 맞붙기 위해선 먼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당내 후보부터 넘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오 전 시장에 앞서 당사 기자회견장에 들른 안 전 대법관은 “대한민국을 기회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정치를 선택했다”며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32년간 사회적 권력의 남용을 바로잡기 위해서 균형 잡힌 중재자의 역할을 해왔다”면서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법과 제도가 공정하게 적용되는 균형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 전 대법관의 마포갑 공천이 확정될 경우 그는 마포갑 현역의원인 더민주 노웅래 의원과 맞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오후 당사에서 출사표를 던진 오 전 시장은 종로를 출마지로 택한 배경에 대해 “지난해 4월, 저는 정치 재개를 밝히면서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 쉬운 지역에 가지 않겠다. 상징적인 곳에서 출마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면서 “이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곳이 바로 종로”라고 주장했다.

그는 “종로는 야당 대표까지 지낸 5선의 정세균 의원이 다시 출사표를 던진 결코 만만치 않은 곳으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곳”이라면서 “선거의 유불리만 따진다면 저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출마 선언에 따라 당내 후폭풍도 커지고 있다. 같은 지역에 출마하려던 당내 후보 측이 거세게 반발하는 데 따른 것이다.

서울 마포갑에 출마하는 마포갑 당협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과 그의 지지자들은 안 전 대법관의 출마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강 전 의원은 안 전 대법관이 마포갑 출마 선언으로 험지가 아닌 양지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오 전 서울시장도 비난을 들어야 했다.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박진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오 전 시장의 출마 기자회견 직후 당사 기자실에 들러 “오세훈 후보는 최근까지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그 입장을 저버리고 종로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 후보의 종로구 출마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면서 “오히려 당의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과의 의리 문제를 들기도 했다. 그는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조직본부장을 맡아 오 후보를 도와준 적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오늘 종로 출마를 강행한 것을 보면서 측은하고 허탈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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