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논의 급물살… 北 대응방향 관건

(서울=연합뉴스) 한반도 정세의 호흡이 다시금 가빠지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북.미 고위급대화 이후 '얼린 듯 풀린 듯' 미묘한 국면에 놓였던 남북관계와 북핵사태의 흐름이 바야흐로 대전환의 기류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양상이다.

당장 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시작으로 숨가쁘게 이어질 남북-국제관계 이벤트들은 한반도 정세의 '빅뱅'이 임박했음을 예고해주는 지표들로 보여진다.

변화의 중심축은 남북관계가 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물밑 논의가 이어져온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남북관계가 중대 전환기에 접어든 형국이다.

물론 외견상으론 북한의 강.온 양면책 속에서 긴장요인이 살아있는 형국이지만 큰 물줄기가 '대화' 쪽으로 꺾여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압축적으로 풀어낼 중대 모멘텀으로서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영국 BBC 인터뷰 발언 이후 외교가의 시선은 이미 연내 정상회담 성사를 넘어 시기와 장소, 의제에 쏠리고 있다. 이미 정상회담의 조건을 놓고 양측이 깊숙이 조율을 진행한 흔적이 역력해보인다.

이날 열린 개성 실무회담은 정상회담 논의의 '숙성'여부를 가늠해볼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맞물려 북핵문제를 조기에 6자회담 테이블로 끌고오려는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6자회담 재개의 조건을 둘러싼 북.미간의 쟁점을 어떤 식으로 소화해내느냐가 북핵 외교전의 관전포인트다.

특히 미국의 행보가 주목된다. 4월 핵안보정상회의와 5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를 앞두고 북핵을 서둘러 협상트랙에 올리려는 움직임이 뚜렷이 읽힌다.

이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협의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북핵정책을 입안하는 미국 커트 캠벨 차관보는 이날부터 이틀간 일본을 방문하고 이어 2∼4일 한국을 찾는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은 내달 10~11일 한국을 방문한다. 한.미는 이달말 장관급 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북핵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유엔의 고위급 인사 2명이 반기문 사무총장의 특사 자격으로 9일부터 3박4일간 방북하는 것도 6자회담 재개 흐름과 관련해 주목할 행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긴박한 흐름들이 실제로 한반도 위기의 진앙인 북핵해결의 돌파구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6자회담 재개흐름이 더뎌지고 남북관계의 흐름이 빨라지는 느낌을 주고 있는 점이다. 6자회담 재개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수순이 아니라 남북 정상회담이 먼저 열리고 6자회담이 뒤를 따르는 양상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30일 이 대통령의 연내 정상회담 언급에 대해 "매우 분명한 길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한 것은 한.미간에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상회담이 6자회담에 앞서 조기 개최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북핵문제를 주의제로 삼는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진정성'있게 호응할지는 미지수이고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 등 정상회담의 조건은 이견해소가 여의치 않은 과제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당장 3,4월중에라도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6자회담의 재개가 3월중 가시화되고 남북정상회담이 이를 전후해 개최될 경우 한국의 역할이 부각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양측간 이견조율의 어려움과 복잡한 외교스케줄 등을 감안할 때 정상회담 개최가 하반기로 훌쩍 넘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6자회담 재개흐름의 복병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 미국의 불협화음이다. 대만 무기판매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제한적 영향을 점치는 시각이 높지만 자칫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중간의 'G2 컨센서스'가 흔들릴 경우 6자회담 재개 흐름은 방향타를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캠벨 차관보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중국을 들르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해 미묘한 기류를 드리우고 있다.

최대 관건은 역시 북한이다. 정세전환을 꾀할 여건을 어느정도 축적한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첫 단추'를 푸느냐가 남북관계와 북핵사태의 향방을 근본적으로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르면 2월 중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한반도 정세전환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1일 "북한의 전략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대내외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골자라고 보여지며, 이런 측면에서 한동안 대미, 대남 유화전술이 구사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한발 평화공세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국은 물론 한국의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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