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정부-교육청 갈등 증폭에
학부모·관계자만 ‘부글부글’
“해결 안 되면 원비 인상”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보육대란이 현실로 다가오자 학부모와 보육 관계자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정부·교육청 서로 ‘네 탓’

보육대란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급급한 모습이다.

정부는 새해 들어 누리과정 미편성 교육청에 대한 예산 실사, 시도의회에 재의 요구, 대법원 제소, 누리과정 미편성 금액만큼의 교부금 삭감,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 등 시도교육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시도교육청은 정부가 충분한 재정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누리과정을 도입하고, 법률적 근거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시행령만으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교육감 의무조항으로 강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방재정교부금은 유아와 초중고 교육을 위한 것이지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시행령, 유아교육법시행령, 영유아보육법시행령, 지방재정법시행령 등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으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공통으로 누리과정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교육기관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교육 재정 여건을 두고도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시각차는 크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및 지방세 증가, 학교신설 및 교원 명예퇴직 수요 감소, 지방채 발행 승인, 국고예비비 3000억원 지원 등 2016년도 지방교육재정 여건 개선에 따라 시도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도교육청은 2016년 교부금은 40조 5000억원으로 2012년 37억 8000억원 대비 2조 7000억원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인건비는 5조원 이상 증가해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반발했다.

▲ 평행선 달리는 누리과정 예산… 학부모 “정치싸움에 한숨만” ⓒ천지일보(뉴스천지)

◆보육대란 임박, D-13

6일 현재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은 서울·광주·세종·경기·강원·전북·전남교육청 등 7곳이다. 이 중 서울·경기·광주·전남 교육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시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한 광주시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다시 심의해 달라고 시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재의 요구를 검토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경기도의회의 여·야 충돌로 예산안처리가 불발되면서 지난 4일부터 ‘준예산’ 체제를 가동했다. 우선 배정이 필요한 인건비, 기관운영비 등 필요 경비를 선정해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비까지 삭감해 의결한 점을 감안해 준예산 체제에서도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는 집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유치원의 경우 매달 25일 교육비 지원금이 각 유치원에 지급되기 때문에 20일 내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울, 경기 등을 중심으로 1월분부터 교육비 지원이 끊긴다.

어린이집은 학부모가 매월 15일께 신용카드로 보육비를 결제하면 다음 달 20일 이후 카드사에 보육비가 지급되는 방식이어서 1월분 보육료가 실제 정산되기까지는 50일가량의 여유가 있다.

◆학부모·보육기관 ‘분통’

서울 강북에서 만 4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전업주부 박모(36)씨는 “학부모는 정치 싸움엔 관심 없다. 당장 22만원의 누리과정 지원이 여부가 궁금하다”며 “어린이집 원장님한테 물어도 ‘아직 모르겠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만 5세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직장인 안모(35)씨는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양육비를 받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아이 낳으라고 권유하면서 보육비 문제로 몇 년간 다투고 있는 우리나라가 한심스럽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두고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당장 이번 달부터 지원이 끊기면 보육료를 인상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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