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매년 연말이 되면 신문과 방송사들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주요 뉴스를 뽑는다. 한 해를 돌아보며 1년 동안 보도했던 뉴스들 중에서 여론에 미쳤던 영향 등을 고려해 ‘올해의 뉴스’ 등을 순위별로 선정한다. 올해의 뉴스는 각 부문별로 뽑게 되는데, 필자는 당연히 스포츠 부문에 관심을 갖는다. 금년은 여느 해와 달리 기쁨과 감동보다는 안타까움을 준 스포츠 비리가 ‘톱’을 장식해 씁쓰레한 뒷맛을 남겼다.

각 언론사에 뉴스를 실시간으로 배급하는 통신사인 연합뉴스와 방송사 YTN 등은 도박, 뒷돈 등 비리로 인한 ‘스포츠계 전체의 몸살’을 1위로 꼽았다. 1년 내내 경기 조작, 도박, 입시 비리까지 안 좋은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대개는 특출한 경기력을 보인 선수들이 1위에 선정되는 경우가 보통인데, 올해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는 그만큼 올해 잡음들이 많이 났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야구 삼성 선수들의 해외원정 도박 의혹사건은 한국시리즈를 코앞에 두고 발생했으며 결국 삼성의 프로야구 통합 5연패가 물거품이 되는 빌미가 됐다. 이 사건으로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인 임창용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일본 한신의 오승환은 도박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농구 명장으로 꼽히고 있는 동부의 전창진 전 감독은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불명예 퇴진의 수모를 맛봤다. 프로축구서는 심판이 일부 구단에게 뒷돈을 받았고, 구단 CEO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금액을 부풀려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아마야구서는 사립 명문대를 포함해 6개 대학이 입시 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980년대 이후 프로 스포츠를 주축으로 압축 성장해 온 우리 스포츠가 올해를 기점으로 스포츠의 건강성를 되짚게 해 준 것이 스포츠 비리 사건들이다. 스포츠 비리에 대한 단단한 경각심과 교훈으로 무장해 스포츠를 제대로 가꿔나가야 한다는 의식을 새롭게 일깨워 준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스포츠는 승자독식주의, 물질 만능주의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여러 일탈적인 모습을 보였다. 약한 자는 밟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경기력을 돈과 물질로만 평가하는 세상에서 도박, 승부조작, 약물 복용, 폭력, 입시 비리 등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우리나라 스포츠는 지난 수십년간 올림픽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많은 금메달을 획득해 스포츠의 기적을 일으키며 스포츠 강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이러한 고질적인 스포츠 비리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선 결코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시대적 명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케 해주었다.

우리나라 스포츠가 현 단계를 뛰어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나라 스포츠는 그동안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정신적인 가치를 등한 시 하며 스포츠 대국을 이룩했다. 올해와 같은 스포츠 비리 등은 모두 정신적인 가치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은 데서 발생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나라 스포츠는 이제 스포츠의 경기력적인 측면과 함께 사회적 가치인 타인에 대한 배려, 헌신, 희생 등의 공공성을 향한 자각을 갖고 함께 하는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 특히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강한 프로스포츠는 정신적으로 더욱 숭고한 도덕과 윤리의식을 갖춰야만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스포츠 경기력과 성과에 취해 잊고 살았던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가 무시될 때 어떠한 일이 생기는 가를 올해의 여러 스포츠 비리가 잘 보여주었다. 스포츠가 사회의 구성물이며 시대의 산물이라는 사회학적 정의를 새삼 들먹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스포츠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승부만 쫓는 스포츠에서, 함께 하는 스포츠로 나아가야 한다. 내년 ‘병신년’에는 올해와 같은 스포츠 뉴스가 톱을 장식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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