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 남영특약점 소속 카운슬러들과 관계자 등 100여명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남영특약점에 대한 계약 해지는 부당하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부 카운슬러 잘못을 물어 경영권 자체 박탈” vs “7차례 시정 요구 했으나 바로잡혀지지 않아”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방판(방문판매)특약점에 대한 일방적 계약 해지로 경영권 박탈 위기에 처했다며 일부 특약점 대표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모레퍼시픽 남영특약점 이현배(63, 남) 대표는 지난달 9일 강북1팀(영업팀)의 김모 팀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의 평가위원회에서 거래 약정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과 특약점 간 거래 약정은 지난 2014년부터 2년마다 갱신되는데, 내년에는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일주일 뒤에는 이 대표의 특약점을 본사가 운영하는 직영영업소로 개설하기로 했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이후 25일에는 우편으로 ‘거래약정 종료’ 안내문을 받았다. ‘2015년 12월 31일 거래약정이 만료됨에 따라 이 대표의 약정 이행 성실도 등을 종합평가 했으며, 이에 거래약정서 제 26조 2항에 근거해 이달 말로 거래약정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거래약정서 제 26조 2항에 따르면 ‘회사 또는 경영주는 약정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연장거절 의사를 통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약정기간의 만료로 거래는 종료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대표는 15년간 운영해 온 특약점을 한 달 만에 정리하라는 것은 본사에 유리한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본사가 문제삼은 것은 이 대표가 카운슬러(방문판매 영업사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방판만을 해야 하는 특약점 소속 카운슬러 중 일부가 상품을 인터넷에 판매하거나 남대문시장에 유통시키다가 적발된 것이다. 이를 ‘비방판행위’라고 하는데, 이것이 거래약정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모레 관계자는 “내부 평가위원회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특약점에서 최근 2년간 수차례 위법 판매 활동이 발견됐고, 7차례에 걸쳐 시정요구를 했음에도 바로잡혀지지 않아 이번에 계약 연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카운슬러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응당하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일부 카운슬러의 잘못으로 경영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문제가 된 카운슬러를 해고하고, 검증되지 않은 판매금액의 장려금도 본사 측에 모두 반납했다. 그는 “이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본사에서 조직을 일부 떼어 가는 것으로 처벌을 대신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음에도 본사 측에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또 “‘공’에 대한 참작없이 ‘실’에 대한 부분만으로 결정된 사항”이라며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심의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4~2015년 거래약정서를 보면 ‘평가위원회에서 거래약정 해지를 결정한다’는 조항 자체도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해당 특약점의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지난 2001년 26명으로 시작한 이곳의 카운슬러는 현재 118명으로 늘었고, 월평균 고객 판매액은 4억 3000만원이다. 올해 전국 550여개 특약점 중 고객 판매 순위에서 20~30위권(상위 5%)에 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평균 18위를 기록했고, 고객 판매금액도 월평균 4억 4000만원이었다. 지난 2009년에는 점포를 세분화해 이태원영업소(17명)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본사 측에서는 이 대표를 대여섯 차례 찾아와 거래약정 종료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때로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영업팀 김모 팀장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 근처에 직영영업소를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럴 경우 재약정을 하지 못한 이 대표는 당장 1월부터 본사로부터 물건을 받을 수가 없고, 소속 카운슬러들은 방판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물건을 대주는 곳으로 영업소로 갈 수밖에 없다. 방판 구조상 카운슬러의 수는 특약점의 자산이다. 카운슬러 수의 감소는 매출 감소로 직결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본사 측에 인터넷 및 시중에서 적발된 제품의 실물을 보여달라는 요구도 했다. 그에 따르면 예전에는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거한 제품을 직접 보여준 것은 물론, 특약점에 되팔기도 했다. 그는 또 비방판행위로 발생한 금액이 많다며 해당 카운슬러가 3개월간 판매한 모든 금액을 허위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모레 측은 거래 약정 갱신 여부에 대해 “객관적인 심사 기준에 따라 판단했다”는 답변만 다시 보내왔다. 그가 확인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이 대표는 “문제가 된 부분을 트집 잡아 특약점을 직영영업소로 바꾸고, 120여명의 카운슬러를 영업소로 이동시키기 위한 속셈이 훤히 보인다”며 “15년간 쌓아놓은 금자탑을 아무 보상도 없이 통째로 뺏어가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